트럼프, 대중국 전략 주춧돌 잃고 베이징으로
대법원이 트럼프 무역 정책의 핵심을 기각하면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협상력에 균열이 생겼다. 시진핑은 이미 알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부터 패를 들킨 셈이다.
미국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무역 정책 핵심을 기각하면서, 곧 다가올 미중 정상회담의 역학관계가 급변했다. 시진핑 주석과의 베이징 회담을 불과 몇 주 앞둔 시점에서 터진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휘두르려던 가장 강력한 무기 하나를 무력화시켰다.
무너진 무역 전략의 기둥
대법원은 5대 4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 관세' 확대 권한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이 조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최대 6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였다. 트럼프가 1기 때부터 중국을 압박하는 데 사용해온 핵심 도구가 사라진 것이다.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행정부가 무역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삼권분립 원칙을 강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국가안보라는 명목으로 의회 권한을 우회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명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판결 발표 몇 시간 만에 전략을 수정했다. 무역대표부(USTR)는 긴급 성명을 통해 "기존 관세는 유지하되, 신규 관세 부과는 의회와 협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중국 측은 이 소식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시진핑이 읽은 신호
베이징의 반응은 신속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일방적 무역 조치가 법적 한계에 부딪힌 것을 주목한다"며 "호혜적 무역관계 구축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교적 수사 뒤에 숨은 메시지는 명확했다: 우리는 당신의 약해진 협상력을 알고 있다.
중국 국영매체들은 이번 판결을 "미국 내 견제와 균형 시스템의 승리"로 해석하며, 트럼프의 대중국 강경책이 국내에서도 지지받지 못한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실제로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도 무역전쟁에 대한 지지도는 42%로 1기 대비 8%포인트 하락했다.
더 중요한 건 경제계의 반응이다. 월스트리트는 이번 판결을 "무역 불확실성 해소"로 해석하며 주가가 2.3%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트럼프가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경제적 레버리지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바뀐 게임의 룰
정상회담을 앞둔 양국의 입장 변화는 극명하다. 트럼프는 이제 의회의 동의 없이는 새로운 관세 카드를 꺼낼 수 없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했지만, 당내에서도 무역전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중국은 협상에서 더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시진핑은 이미 유럽연합, 아세안 등과의 무역협정을 통해 미국 의존도를 줄여왔다. 작년 중국의 대미 수출 의존도는 16.2%로 2018년 19.8%보다 감소했다.
한국 기업들에게는 복잡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미중 무역갈등 완화를 반기지만, 동시에 중국의 협상력 강화로 인한 새로운 경쟁 압력도 예상된다. 특히 배터리,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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