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는 단 하나의 세력권만 존재한다
미국이 서반구를 완전히 장악한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인근 지역조차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세력권은 오직 하나뿐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그린란드 매입을 다시 거론하고,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한 사건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먼로 독트린의 부활'이나 '강대국 세력권의 귀환'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사건들이 보여준 것은 더 특별한 현실이다. 오늘날 세계에는 진정한 세력권이 단 하나만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홀로 서는 미국의 세력권
터프츠대학교의 마이클 베클리 교수는 최근 발표한 분석에서 놀라운 현실을 지적했다. 미국만이 광대한 본토 지역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로 힘을 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인근 지역조차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냉전 시대에는 미국의 세력권과 소련의 세력권이 대치했다. 그 이전 다극 체제에서는 유럽 열강들이 해외 식민지를 건설하며 서반구 깊숙이까지 진출해 미국의 영향력에 도전했다. 하지만 그런 세상은 이미 사라졌다.
현재 미국은 서반구 전체에서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국방비는 서반구 다른 모든 국가를 합친 것보다 12배 많다. 리오그란데강 남쪽 국가들의 3분의 2는 내부 보안 부대 수준의 군대만 유지하고 있다.
경제적 중심축으로서의 미국
군사력만이 아니다. 경제적으로도 미국은 서반구의 중심축이다. 남미 수출의 거의 절반이, 캐나다와 멕시코 수출의 60~80%가 미국으로 향한다. 이는 단순한 원자재 교역이 아니라 미국 시장에 특화된 완제품과 부품을 주고받는 긴밀한 공급망 교역이다.
서반구는 사실상 달러 경제권이기도 하다. 여러 국가가 달러를 직접 사용하고, 많은 국가가 자국 통화를 달러에 연동시켰으며, 대부분의 역내 교역과 차입이 달러로 이뤄진다. 위기 상황에서 구제 금융은 미국 기관을 통해 흐르고, 미국으로부터의 송금이 중미와 카리브해 국가들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이 이 지역에 외부의 정치·경제 체제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련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 공산주의를 강제로 이식했던 것과는 다르다. 라틴아메리카는 베네수엘라와 쿠바의 몰락으로 신뢰를 잃은 국가 주도 사회주의와 혁명적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범죄와 인플레이션 관리, 재정 안정성 구축, 민간 투자 유치에 집중하는 정부들로 변화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한계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진정한 세력권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은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고 혼란을 조성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영향력은 곧 저항과 병목 지점에 부딪힌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경제적 영향력은 크지만 정치적·군사적 지배력은 제한적이다. 일본, 한국, 대만, 필리핀, 베트남 등 주요 국가들이 미국과의 동맹이나 협력을 통해 중국의 압박에 맞서고 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동유럽에서의 영향력이 오히려 약화됐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공하는 것은 거래일 뿐 체제가 아니다. 베이징은 인프라를 건설하지만 보조금을 받는 수출품을 밀어내고 불투명한 대출을 제공하며 자원을 추출한다. 모스크바는 원자재와 무기를 판다. 둘 다 지역 국가들이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정치적·경제적 틀을 제공하지 않는다.
한국에게 주는 함의
이런 현실은 한국에게 어떤 의미일까? 한국은 미국의 세력권에 속하지 않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 세계 질서의 핵심 파트너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크지만, 안보와 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미국과의 협력이 결정적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운영에서 겪고 있는 제약이나, 현대자동차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사례는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중심의 기술 생태계와 공급망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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