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길 속, 대만 증시는 왜 혼자 버티나
중동 긴장과 유가 급등으로 일본·한국 증시가 폭락하는 가운데, 대만 가권지수는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TSMC라는 단 하나의 기업이 만들어낸 '반도체 방패'의 실체를 짚는다.
코스피가 12% 폭락하고, 닛케이가 4% 이상 급락하는 동안 대만 가권지수(Taiex)는 상대적으로 버텼다. 같은 아시아, 같은 유가 충격인데 왜 대만만 다른가.
반도체가 만든 '면역력'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아시아 증시 전반에 매도 압력이 쏟아졌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4% 넘게 하락했고, 한국 코스피는 이란 위기 여파로 역대급인 12% 급락을 기록했다. 인도 증시도 이란과의 경제적 연계 우려로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런데 대만은 달랐다. 가권지수의 낙폭은 이들 시장에 비해 눈에 띄게 작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대만 증시에서 TSMC 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TSMC는 전 세계 첨단 반도체의 상당 부분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AI 수요 폭증 속에서 수주 잔고와 성장 기대감이 여전히 강하다. 유가가 올라도, 중동이 흔들려도, AI 칩 수요는 꺾이지 않는다는 시장의 판단이 대만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일본이 더 취약한 이유
한국과 일본 증시가 더 크게 흔들리는 데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두 나라 모두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극히 높다. 유가가 오르면 제조업 원가가 오르고,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 연쇄 반응이 빠르게 일어난다.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연결돼 있어 에너지 가격과 지정학 리스크에 동시에 노출된다. 반면 TSMC는 '반도체를 누가 만드느냐'는 질문에서 사실상 대체 불가한 위치에 있다. 이 차이가 위기 때 증시 방어력의 차이로 나타난다.
'방패'에도 구멍은 있다
그렇다고 대만이 안전지대라는 뜻은 아니다. TSMC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TSMC에 무슨 일이 생기면 대만 증시 전체가 흔들린다. 실제로 대만은 지정학적으로 가장 민감한 지역 중 하나다. 미국은 이란과의 갈등 속에서 대만에 보낼 미사일 재고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TSMC는 일본에 3번째 첨단 칩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고, 미국 공장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대만 내 공급망 집중도가 장기적으로 분산될 경우, 지금의 '반도체 방패' 효과도 서서히 희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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