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가 막히면 밥상이 흔들린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글로벌 비료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UN은 다가오는 파종 시즌을 앞두고 식량 안보에 심각한 경고를 보냈다.
비료가 없으면 씨앗을 뿌려도 소용없다. 올해 전 세계 농부들이 직면한 현실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올해 2월 이란에 대한 합동 공습을 시작하면서 세계 최대 에너지·농업 물류 병목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 상태에 들어갔다. 유엔(UN) 관계자는 이 상황이 다가오는 파종 시즌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비료 부족과 비용 급등으로 휘청이던 국가들에게 이번 사태는 또 하나의 충격파다.
세계의 목줄, 폭 33km의 해협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석유 통로가 아니다. 전 세계 질소비료의 핵심 원료인 천연가스, 그리고 칼륨비료와 인산비료의 상당량이 이 해협을 통해 아시아·아프리카·유럽으로 향한다. 이란은 세계 주요 비료 수출국 중 하나이며, 이 해협 주변 국가들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UAE 역시 글로벌 비료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봉쇄가 시작된 2월 이후, 해상 물류 비용은 급등했고 선사들은 대체 항로를 찾아 희망봉 우회를 택하기 시작했다. 이는 운송 기간을 2~3주 늘리고 비용을 대폭 끌어올린다. 비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남아시아, 동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파종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현지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북반구의 주요 파종 시즌은 4월에서 6월 사이다. 이 시기에 비료가 제때 도착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가을 수확량으로 직결된다. 식량 위기는 종종 충격이 발생한 계절이 아닌, 6개월 뒤에 밥상에 나타난다.
중국의 침묵, 그리고 계산
이 상황에서 주목할 행위자가 있다. 중국이다. 원본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지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나, 구체적인 행동보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비료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호르무즈 봉쇄가 길어질수록, 중국산 비료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커진다. 지정학적 혼란이 중국의 농업 수출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동시에 중국 역시 중동산 에너지에 의존한다. 호르무즈 봉쇄는 중국 자신의 에너지 공급망에도 압박을 준다. 지지와 실익 사이에서 중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열려 있다.
한국은 비료 원료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며, 중동 에너지 의존도 역시 높다. 직접적인 식량 위기 국가는 아니지만, 글로벌 비료 가격 상승은 국내 농업 생산 비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농촌경제연구원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비료 가격 급등이 국내 농가 소득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바 있다. 그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누가 더 취약한가
이번 위기의 충격은 균등하지 않다. 외화 보유고가 충분하고 비료 재고를 미리 확보한 국가들은 단기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이집트 같은 국가들은 이미 2022~2023년의 비료 가격 위기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들에게 또 한 번의 공급 충격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기아와 직결된다.
세계식량계획(WFP)은 현재 전 세계 3억 명 이상이 심각한 식량 불안 상태에 있다고 추산한다. 이 숫자는 공급망 충격 이전의 수치다.
한편 서방 정부들은 이란 핵 프로그램 억제라는 안보 목표와 식량 안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습의 군사적 목표와 그 경제적 부수 효과 사이의 간극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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