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AI 제국, 내부에서 무너지고 있다
xAI와 SpaceX 합병 후 50명 이상의 연구원과 엔지니어가 이탈한 SpaceXAI. 핵심 사전학습 팀이 붕괴 직전에 놓인 지금, 머스크의 AI 야망은 어디로 향하는가?
회사 이름을 바꾸는 데 걸린 시간보다, 핵심 인재를 잃는 데 걸린 시간이 더 짧았다.
올해 2월 SpaceX가 xAI를 합병한 이후, 50명 이상의 연구원과 엔지니어가 회사를 떠났다. 코딩, 월드 모델, Grok 음성 분야의 핵심 리더들이 포함됐다. The Information의 보도에 따르면, 이탈한 직원 중 11명은 메타로, 7명은 미라 무라티가 설립한 Thinking Machines Lab으로 향했다. 머스크는 이달 초 합병 법인의 이름을 SpaceXAI로 바꿨다. 브랜드는 새로워졌지만, 조직의 속은 비어가고 있다.
사전학습 팀이 무너지면 무슨 일이 생기나
AI 모델 개발의 첫 단계는 사전학습(pre-training)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시켜 모델의 기초 능력을 쌓는 과정으로, 이 단계가 흔들리면 이후의 모든 개발이 불안정해진다. SpaceXAI의 사전학습 팀장이었던 Juntang Zhuang이 떠난 후, 팀은 사실상 소수의 인원만 남은 상태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특히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선도적인 AI 모델을 계속 만들 의지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조직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The Information의 취재에 응한 한 관계자는 머스크가 모델 학습에 비현실적인 마감 기한을 설정했고, 이로 인해 Grok 개발 과정에서 품질 타협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는 테슬라를 비롯한 머스크 계열사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온 불만과 맥을 같이한다. '극단적 업무 문화'는 머스크 제국의 오래된 그림자다.
떠나는 이유가 하나는 아니다
이탈의 원인을 단순히 '머스크의 경영 방식'으로 환원하는 건 지나친 단순화다. 복수의 동기가 얽혀 있다.
SpaceX는 정기적으로 직원들이 보유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사모 입찰(tender offer)을 진행한다. 상장(IPO)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주식 가치가 현금화 직전에 있다고 느끼는 직원들은 굳이 극도의 압박 속에 남아 있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 경제적 출구가 보이는 순간, 문화적 불만은 더 크게 느껴진다.
반대로 보면, 메타와 Thinking Machines Lab 같은 경쟁사가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AI 인재 전쟁에서 가장 효과적인 채용 전략은 '경쟁사의 내부 불만'을 포착하는 것이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가 AI 부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지금, SpaceXAI의 균열은 경쟁사에게 선물처럼 작용하고 있다.
한편, 합병 직후 새 경영진이 투입되면서 조직 문화와 의사결정 방식이 급변한 것도 이탈을 부추겼을 수 있다. 스타트업 감성으로 합류한 연구자들이 대형 우주기업의 관료적 구조와 충돌하는 건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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