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가 중동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망 후 동남아 각국의 반응을 분석합니다. 자국민 보호와 외교적 균형 사이에서 고민하는 동남아시아의 딜레마를 살펴봅니다.
220만 명의 필리핀 노동자들이 중동에서 일하고 있다. 110만 명의 태국인들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고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지금, 이들의 안전이 동남아시아 각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이란 국영매체가 하메네이의 사망을 확인하고 40일 애도 기간을 선포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갈등이 앞으로 4주간 더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는 이제 외교적 줄타기와 자국민 보호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
말레이시아의 강경한 목소리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강경한 반응을 보인 것은 말레이시아였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오랫동안 이스라엘을 비판해왔고 이란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하메네이 암살을 무조건 규탄한다"며 이번 공습이 중동을 "심각하고 지속적인 불안정의 가장자리"로 몰고 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 공격을 규탄하는 국회 동의안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시온주의 이스라엘의 잔혹함은 그들이 모든 인간성을 잃었기 때문에 멈추지 않는다"는 그의 발언은 말레이시아의 입장을 명확히 보여준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뿐만 아니라 이란의 보복 미사일 공격도 함께 규탄했다. 균형잡힌 외교적 수사 뒤에 숨은 현실주의적 계산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도네시아의 중재 제안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보다 신중한 접근을 택했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모든 당사자들이 자제하고 대화와 외교를 우선시할 것"을 촉구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중재 제안이다. 그는 테헤란을 방문해 "중재를 수행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 어느 쪽도 이 제안에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지만, 인도네시아가 지역 강국으로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자국민 보호가 최우선
태국과 필리핀의 반응에서는 실용적 고려사항이 더 두드러진다. 태국 외교부는 중동 지역의 11만 명 태국인들을 경계 태세에 놓았고 대피 계획을 준비했다고 발표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공격 때 46명의 태국인이 사망한 경험이 이런 신속한 대응의 배경이다.
필리핀도 마찬가지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서아시아에 거주하는 220만 명 필리핀인들의 안전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필리핀 외교부는 테헤란과 텔아비브 대사관을 "완전 경계 태세"에 놓았다고 발표했다.
외교적 균형의 딜레마
베트남, 싱가포르, 캄보디아 등 다른 동남아 국가들은 대체로 "자제"와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공식적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동남아시아 외교의 전통적 원칙인 내정 불간섭과 평화적 해결을 반영한다.
하지만 이런 중립적 수사 뒤에는 복잡한 계산이 숨어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의 안보 협력, 중국과의 경제 관계, 그리고 중동 지역의 에너지 공급망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수백만 명의 자국민 노동자들의 안전까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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