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위기, 한국이 중동 밖 석유 공급처 찾는 이유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자, 한국 정부가 중동 외 지역에서 석유 공급처 확보에 나섰다. 한국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70.7%. 한국이 중동에서 수입하는 석유 비율이다. 지구 반대편 분쟁 하나가 한국 주유소 기름값을 좌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3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중동 외 지역에서 석유 공급처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전날 이란 사태 대응 긴급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대응 전략을 내놨다.
세계 석유 운송의 목줄, 호르무즈 해협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가장 좁은 곳이 34km에 불과한 바닷길이지만, 전 세계 석유 운송량의 5분의 1이 이곳을 지난다. 이란이 이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할 때마다 국제 유가가 들썩이는 이유다.
한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석유 70.7%, 액화천연가스 20.4%를 중동에서 수입한다. 정부는 "충분한 석유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위기가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전반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3년과 1979년 석유파동, 1990년 걸프전, 2019년 사우디 석유시설 드론 공격까지. 매번 한국은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을 절감했지만, 여전히 중동 의존도는 높다.
100조원 시장안정 프로그램의 의미
정부가 최소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화 프로그램을 준비한다고 밝힌 것도 이번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는 코로나19 당시 투입된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시장 불안뿐이다. 실제 석유 공급이 중단되면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부어도 소용없다. 정부가 "가짜뉴스를 이용한 불공정 시장교란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급 부족보다 심리적 불안이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작전이 4-5주 지속될 것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대응은 단기 위기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제는 이런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같은 패턴을 보인다는 점이다.
에너지 다변화, 말과 실천의 간극
한국은 오래전부터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를 외쳐왔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중동 의존적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안정적인 공급처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사실상 차단됐고, 미국산 셰일오일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결국 아프리카나 남미에서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운송비 증가와 새로운 공급망 구축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제 정세도 한국에게 불리하다. 중국과의 관계, 북한 문제, 한일 관계 등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에너지 안보까지 챙기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이번 이란 사태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정체성과 에너지 안보라는 현실적 필요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 보여준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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