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가 '비윤리적'이라 규탄한 아기 백신 실험의 진실
기니비사우에서 계획된 미국 주도 B형간염 백신 실험이 WHO의 강력한 반대로 중단됐다. 백신 회의론자 케네디 장관 하에 진행된 이 연구가 던지는 의학윤리의 딜레마.
14,000명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백신 실험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강력한 반대로 중단됐다. 문제가 된 것은 실험 자체가 아니라, 이미 '생명을 구하는 것으로 입증된' 백신을 일부 아기들에게는 주지 않겠다는 연구 설계였다.
중단된 실험의 전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60만 달러를 투입해 기니비사우에서 진행하려던 이 연구는 신생아 B형간염 백신의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한 그룹의 아기들은 출생 직후 백신을 접종받고, 다른 그룹은 6주 후로 접종을 미루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WHO가 이미 30년 이상 전 세계 115개국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 백신을 '필수적인 공중보건 개입'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WHO는 "입증된 생명구조 개입을 일부 신생아에게는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잠재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해를 가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기니비사우 성인 인구의 12% 이상이 만성 B형간염을 앓고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5명 중 1명까지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WHO에 따르면 출생 시 백신 접종은 산모로부터 아기로의 바이러스 전파를 70-95% 예방한다.
백신 회의론자 케네디의 그림자
이 실험이 더욱 논란이 된 이유는 현재 미국 보건장관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존재 때문이다. 케네디는 취임 후 기존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위원들을 모두 해임하고 백신에 비판적인 인사들로 교체했다. 새로운 위원회는 2개월 전 미국 신생아 전체에 대한 B형간염 백신 권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케네디는 자신이 '반백신주의자'가 아니라고 부인하며 자신과 자녀들도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과학적으로 반박된 백신 위해성 주장을 반복적으로 제기해왔다.
기니비사우 전 보건장관 마그다 로발로는 과학저널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받아들일 수 없으며 진행돼서는 안 된다. 기니비사우 국민들은 실험용 쥐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의학윤리의 경계선
WHO의 반대 논리는 명확하다. 이미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이 존재할 때는 위약(플라시보)을 사용하거나 치료를 지연시키는 연구가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출생 시 감염된 신생아의 90%가 만성 감염자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6주간의 지연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진의 입장도 있다. 덴마크 연구팀이 주도한 이 연구는 백신의 '더 광범위한 건강 효과'를 확인하려는 목적이었다. 기존 연구들이 B형간염 예방 효과에만 집중했다면, 이들은 백신이 다른 질병에 대한 면역력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려 했다.
현재 기니비사우는 생후 6주에 백신을 접종하고 있지만, 2028년까지 출생 시 접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WHO는 이 전환 과정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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