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성지 예배, 10만명 vs 1만명 허용... 예루살렘에서 벌어지는 숫자 전쟁
이스라엘이 라마단 기간 알아크사 모스크 출입을 1만명으로 제한했지만, 10만명이 몰려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종교의 자유와 안보 논리가 충돌하는 현장을 들여다본다.
55세 남성, 50세 여성, 12세 미만 어린이. 이스라엘이 정한 라마단 기간 알아크사 모스크 출입 허용 조건이다. 하지만 지난 금요일, 실제로 성지에 모인 팔레스타인 신도는 10만명에 달했다. 이스라엘이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1만명의 10배다.
허가증 있어도 되돌아가는 사람들
헤브론에서 온 나자티 오웨이다는 허가증을 제시했지만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되돌려 보내졌다. "점령군은 편의를 제공한다고 주장하지만, 절차는 엄격하다"며 "나는 단지 알아크사에서 기도하고 싶을 뿐인데 왜 막는가"라고 토로했다.
58세 알리 나와스는 아내와 함께 나블루스에서 한 시간 넘게 여행해왔지만, 허가증이 있는 아내마저 칼란디아 검문소에서 되돌려 보내졌다. "아내를 혼자 나블루스로 돌려보낼 수 없어서 함께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라마단 시작과 함께 금요일 기도 참석을 1만명으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평상시라면 수십만명이 몰리는 것을 고려하면 극도로 제한적인 조치다. 게다가 예루살렘 주민 280명에게는 아예 출입금지 명령을 내렸는데, 여기에는 종교 지도자, 언론인, 전직 수감자들이 포함됐다.
안보 vs 종교의 자유, 어디서 선을 그을까
이스라엘은 이런 제한 조치를 안보상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23년 10월 가자 전쟁이 시작된 이후 긴장이 더욱 고조된 상황에서 대규모 집회가 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알아크사 모스크 주변에는 이스라엘 군이 대거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측은 이를 종교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자, 팔레스타인 정체성을 지우려는 체계적 압박으로 본다. 특히 팔레스타인이 미래 국가의 수도로 여기는 동예루살렘에서 이런 제한이 가해지는 것은 정치적 의미가 크다.
흥미로운 점은 제한에도 불구하고 실제 참석자 수가 허용 인원을 크게 웃돌았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 라마단 금요일에는 8만명, 두 번째 금요일에는 10만명이 몰렸다. 이는 팔레스타인 신도들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스라엘의 통제가 완전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숫자 뒤에 숨은 더 큰 이야기
이 갈등은 단순한 종교 행사 제한을 넘어선다. 알아크사 모스크는 이슬람 제3의 성지이자 팔레스타인 정체성의 상징이다. 여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한다는 것은 종교적 권리뿐 아니라 정치적 존재감까지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보안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과도한 제한은 오히려 반발을 키우고 긴장을 증폭시킬 수 있다. 실제로 허가증을 받고도 되돌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제도의 자의성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볼까? 종교의 자유는 보편적 인권이지만, 분쟁 지역의 안보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이 두 가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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