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만난 미중, 첫날은 '조용한 탐색
미중 무역협상 6라운드 첫날이 파리에서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협상은 계속되지만, 침묵 속에 담긴 의미를 읽어야 한다.
협상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 자체가 뉴스다.
지난 일요일, 세계 최대 두 경제 대국의 대표단이 파리에서 마주 앉았다. 중국 측에선 허리펑 부총리, 미국 측에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이끄는 6번째 무역협상 라운드였다. 취재진은 회의장 밖에서 긴 시간을 기다렸지만, 돌아온 건 침묵뿐이었다. 첫날은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협상은 월요일에도 계속된다. 미국 대표단은 월요일 일정을 소화한 뒤 파리를 떠날 예정이고, 중국 대표단은 화요일까지 머무른다. 일정의 비대칭성이 눈에 띈다.
여섯 번째 만남, 왜 아직도 제자리인가
미중 무역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8년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된 이 갈등은, 바이든 행정부를 거쳐 트럼프 2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협상 테이블은 여러 차례 열렸고,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 라운드다.
그럼에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구조적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보조금, 기술 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을 문제 삼는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가 자국 경제 주권에 대한 침해라고 맞선다. 이 간극은 단순한 숫자 조정으로 좁혀지지 않는다.
파리라는 장소도 의미심장하다. 워싱턴도, 베이징도 아닌 제3국에서 만난다는 것은 양측 모두 '홈그라운드 부담' 없이 탐색전을 벌이겠다는 신호일 수 있다.
침묵이 전하는 메시지
협상 결과가 없다는 것은 실패일까, 아니면 과정일까? 외교 협상에서 첫날의 조용함은 종종 '서로를 파악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특히 양측 수석 대표가 직접 나선 고위급 회담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 이 침묵은 불안하다. 한국 경제는 미중 사이 어딘가에 끼어 있다. 대중 수출 비중이 전체의 약 20%에 달하고,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등 핵심 산업이 미중 공급망 재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와 중국 시장 의존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 놓여 있다. 현대차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혜와 중국 전기차 경쟁이라는 두 변수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미중 협상이 타결되면 한국 기업들이 숨통이 트일 수도 있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되고 갈등이 심화되면, 한국은 더 명확한 '편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각자의 셈법
베센트 재무장관 입장에서 이번 협상은 국내 정치와도 연결된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한 가운데, 관세 완화는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 약하다'는 비판을 받을 위험도 있다.
허리펑 부총리 역시 쉽지 않은 자리에 있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미국과의 관계 안정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시진핑 지도부는 대외적으로 '굴복'처럼 보이는 양보를 하기 어렵다.
결국 양측 모두 협상을 원하지만, 먼저 손을 내밀기 싫은 상황이다. 파리의 첫날이 조용했던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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