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아프간 '선전포고', 국경 분쟁이 전면전으로
파키스탄이 카불을 폭격하며 탈레반에 '전면전'을 선포. 테러 공격 보복으로 시작된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직접 폭격했다. 27일 새벽, 파키스탄 공군기들이 카불과 칸다하르, 팍티아 지역의 탈레반 군사시설을 타격하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두 이웃 국가 간 수년 만에 가장 심각한 군사적 대치 상황이다.
이번 공습은 아프간군이 26일 밤 파키스탄 6개 국경 지역의 군사기지를 동시 공격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탈레반은 파키스탄 군인 55명을 사살하고 19개 전초기지를 점령했다고 주장했지만, 파키스탄은 자국 군인 2명만 사망했다며 이를 "선전"이라고 일축했다.
왜 지금 파키스탄이 강경책을 택했나
파키스탄의 이번 대규모 공습 배경에는 연이은 테러 공격이 있다. 2월 6일 이슬라마바드 시아파 모스크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36명이 사망했고, 며칠 후 바자우르에서는 폭탄차량이 보안초소를 들이받아 군인 11명과 어린이 1명이 숨졌다. 파키스탄 당국은 공격자가 아프간 국적이라며 아프간 대표부에 강력 항의했다.
2월 21일에는 또다시 반누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군인 2명이 사망했다. 이런 연쇄 공격에 파키스탄은 지난 주말 처음으로 아프간 내 파키스탄 탈레반(TTP) 은신처를 공습했고, 이것이 목요일 밤 아프간의 보복 공격으로 이어진 것이다.
핵심은 TTP 문제다. 2007년 창설된 TTP는 아프간 탈레반과 함께 미군에 맞서 싸웠지만, 조직적으로는 별개다. 하지만 이념적·사회적·언어적 유대가 깊다. 파키스탄은 카불이 TTP에 은신처를 제공한다고 비난하지만, 탈레반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콰자 아시프 국방장관은 소셜미디어에 "우리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이제 너희와 우리 사이에는 전면전이다"라고 선언했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도 "조국 방어에 관용은 없다"고 경고했다.
비대칭 전쟁의 시작
탈레반에게는 공군이 없다. 하지만 전직 3성 장군 타리크 칸은 "재래식 군사력 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아프간은 대리전, 게릴라전, 소모전을 통해 작전을 수행한다. 소모전에 말려들면 핵무기나 공군력이 있어도 결국 지는 쪽이 된다."
실제로 27일 오후 파키스탄 정보부 장관은 아보타바드, 스와비, 노셰라 등 3개 도시에서 드론 공격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소형 드론들을 격추했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탈레반의 비대칭 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안 전문가 압둘 바시트는 "자살폭탄과 가미카제 드론이라는 '가난한 자의 공군'을 대거 사용할 것"이라며 "파키스탄 도심지역에서 당분간 폭력사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장 큰 변수는 TTP 자체다. 카불이 TTP에 대한 통제를 느슨하게 하거나 아예 묵인할 경우, 파키스탄 내 테러 공격이 급증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탈레반이 TTP에 공개적인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출구는 있을까
양측 모두 뚜렷한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파키스탄은 대통령과 총리를 비롯해 정치권 전체가 이번 작전을 지지하며, 아프간 영토에서 나오는 모든 공격에 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탈레반 입장에서도 카불 폭격을 받고도 물러서면 전사들과 주민들 앞에서 약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터키와 카타르가 중재한 휴전협정은 이미 깨졌다. 지난해 10월 10일간의 국경 전투로 양측에서 70명 이상이 사망한 후 성사된 협정이었지만, 도하와 이스탄불에서 열린 후속 협상은 정식 합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관계대학원의 압둘 바시트 연구원은 "단계별 확전이 계속됐는데, 한 번도 되돌아간 적이 없다"며 "일시적으로 긴장이 완화될 수는 있지만, 되돌릴 수는 없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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