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이 직면한 선택의 기로, 이란과 사우디 사이에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하메네이가 사망하자 파키스탄이 이란과 사우디 방위협정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셔틀외교로 갈등 조정에 나섰지만 한계 드러나
900km. 파키스탄과 이란이 맞닿은 국경선의 길이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연합군의 공습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후, 이 국경선은 파키스탄에게 골칫거리가 됐다.
이란의 보복 공격이 걸프 6개국을 강타하면서, 파키스탄은 예상치 못한 딜레마에 빠졌다. 작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체결한 상호방위협정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한 시험대
파키스탄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25년 9월 17일 리야드에서 서명한 전략적 상호방위협정. 핵심 조항은 명확했다. "한 나라에 대한 침략은 양국 모두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한다."
NATO의 5조와 유사한 집단방위 원칙을 담은 이 협정은 파키스탄이 수십 년 만에 체결한 가장 중요한 공식 방위 약속이었다. 하지만 양국 모두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리야드 킹 파이살 연구소의 우메르 카림 연구원은 "파키스탄 지도부의 오판"이라고 평가했다. 2023년 중국이 중재한 사우디-이란 화해 이후, 테헤란과 리야드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상황은 없을 것으로 봤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파키스탄은 과거 사우디의 직접적인 군사 지원 요청을 거부한 적이 있다. 2015년 예멘 전쟁 당시 사우디의 연합군 참여 요청을 의회 결의로 거부했다.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셔틀 외교의 한계
하메네이 사망 직후 파키스탄의 대응은 신속했다. 미국-이스라엘 공습을 "부당한 공격"이라고 규탄하는 동시에, 몇 시간 뒤 이란의 걸프국 보복 공격도 "명백한 주권 침해"라고 비난했다.
이샤크 다르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 회의 참석 중 갈등이 시작되자 즉시 "셔틀 외교"에 나섰다. 그는 이란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에게 파키스탄의 사우디 방위 의무를 직접 상기시켰다고 밝혔다.
"우리는 사우디와 방위협정이 있고, 전 세계가 이를 알고 있다"고 다르 장관은 3월 3일 상원에서 말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사우디 영토가 이란 공격에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요구했고, 다르 장관은 리야드로부터 그런 확약을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의 한계는 곧 드러났다. 3월 6일 새벽 사우디 국방부는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를 겨냥한 탄도미사일 3발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몇 시간 후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아심 무니르는 리야드에서 사우디 국방장관과 만나 "상호방위협정 틀 내에서 이란 공격을 중단시킬 조치"를 논의했다.
국내 정치의 복잡성
파키스탄이 직면한 딜레마는 단순히 외교적 차원을 넘어선다. 전체 인구 2억 5천만 명 중 15-20%를 차지하는 시아파 공동체가 하메네이 암살에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길기트-발티스탄에서는 23명이 사망한 시위가 벌어져 3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카라치 미국 영사관 앞에서는 친이란 시위대와 경찰 충돌로 10명이 숨졌다.
더 큰 우려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훈련하고 지휘하는 파키스탄계 시아파 민병대 자이나비윤 여단이다. 시리아 내전에서 수천 명의 전투원을 모집한 이 조직은 2024년 파키스탄 정부에 의해 금지됐지만, 여전히 네트워크가 남아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슬라마바드 평화연구소의 아미르 라나 소장은 "이란이 파키스탄 시아파 조직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발루치스탄처럼 이미 불안정한 지역에서 대립이 벌어지면 파키스탄에 미치는 여파가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퇴양난의 선택
파키스탄이 처한 상황은 복잡하다. 사우디와의 방위협정을 무시하면 신뢰성에 치명타를 입는다. 하지만 이란과의 관계 악화도 감당하기 어렵다.
일한 니아즈 콰이드이아잠대 역사학과 교수는 "사우디가 공식적으로 파키스탄의 군사 지원을 요청한다면, 파키스탄은 사우디를 도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파키스탄의 신뢰성이 훼손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걸프국제포럼의 아지즈 알가시안 선임연구원은 2015년 예멘 사례를 들며 "조약의 한계는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조약은 그 뒤에 있는 정치적 계산과 정치적 의지만큼만 강하다."
파키스탄으로서는 이란의 안정과 영토 보전도 "핵심 국익"이다. 니아즈 교수는 "이란이 내전으로 붕괴하거나 여러 교전 국가로 분열되고, 이스라엘의 영향력이 파키스탄 서쪽 국경까지 확장되는 것은 이슬라마바드가 크게, 그리고 당연히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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