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ICBM 개발하나? 핵 야망의 진짜 표적
미 국가정보국장 툴시 개버드가 상원에서 파키스탄의 ICBM 개발 가능성을 경고했다. 인도를 겨냥해온 핵 강국이 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향해 손을 뻗는가?
인도를 겨냥하는 데 2,750킬로미터면 충분하다. 그런데 파키스탄은 그보다 훨씬 멀리 날아가는 미사일을 만들고 있는 걸까.
워싱턴이 던진 경고
2026년 3월, 툴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이 상원 청문회에서 이례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파키스탄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 중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일정이나 운용 현황은 밝히지 않았지만, 그 함의는 분명했다. 파키스탄이 중국·러시아·북한·이란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는 것.
미 정보 당국의 평가에 따르면, 현재 3,000기 이상인 미국을 위협하는 미사일 수가 2035년까지 16,000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파키스탄의 움직임은 이 더 큰 그림 속 한 조각이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 질문이 생긴다. 파키스탄의 핵 전략은 수십 년간 인도를 향해 설계되어 왔다. 왜 지금, 대륙간 사거리가 필요한가.
샤힌-III가 말해주는 것, 말해주지 않는 것
현재 파키스탄이 시험한 가장 긴 사거리 미사일은 샤힌-III 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사거리는 2,750킬로미터다. 핵 전문가 한스 크리스텐센 등이 '원자과학자회보'에 기고한 분석에 따르면, 이 사거리는 파키스탄 영토 대부분에서 인도 본토 전역을 커버하기에 충분하다.
흥미로운 점은 샤힌-III의 설계 배경이다. 인도가 전략적 기지로 개발할 가능성이 있는 안다만-니코바르 제도를 타격하기 위해 설계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이 섬들을 타격하려면 파키스탄 동쪽 끝, 즉 인도 국경 인근에서 발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파키스탄의 최장거리 미사일조차 인도 중심의 억제 전략 안에 있다는 뜻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파키스탄의 핵탄두 보유량을 2025년 1월 기준 약 170기로 추산한다. 항공기, 지상 발사 탄도·순항미사일, 해상 발사 순항미사일(SLCM)로 구성된 핵 삼축 체계를 구축 중이며, 향후 10년간 핵 전력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ICBM 개발의 증거는 어디에 있는가.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티모시 라이트는 결정적 증거는 아직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의미 있는 정황들을 나열한다. 미국은 파키스탄의 국가방위단지와 대형 고체 로켓 모터 제조에 쓰이는 복합 소재, 필라멘트 권선 기계, 맨드릴, 검사 장비를 공급한 중국 업체들에 제재를 가했다. 위성 사진에는 2021년부터 2023년 말 사이 아토크 지역에 새롭고 더 큰 수평형 로켓 모터 시험대가 건설된 것이 포착됐다. 더 큰 로켓 모터를 시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의미다. 다만 이것이 ICBM을 향한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란 공습이 바꾼 계산법
파키스탄이 장거리 미사일에 눈을 돌리게 된 배경을 이해하려면 지역 안보 지형의 변화를 봐야 한다.
2025년 6월,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습했다. 이 사건은 파키스탄에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왕립아시아학회(RSAA)의 마커스 안드레오풀로스는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격이 파키스탄의 핵 불안을 고조시켰고, 이것이 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을 가속화하는 동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역사적 맥락도 있다. 싱가포르국립대 남아시아연구소의 칠람쿠리 모한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시기에는 대테러 협력 파트너인 파키스탄의 핵 확산 문제를 의도적으로 눈감아왔다고 지적한다. 2021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그 제약은 사라졌다. 파키스탄 입장에서 보면, 과거의 암묵적 보호막이 걷혔고 미국의 군사적 압박 가능성이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온 셈이다.
여기에 중국 변수가 더해진다. 중국은 오랫동안 파키스탄의 미사일·핵 프로그램을 지원해왔다. 파키스탄의 대중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미·중 갈등 속에서 파키스탄의 전략적 자율성은 좁아진다. 미국이 파키스탄에 대해 더 거래적(transactional) 접근을 취할수록, 역설적으로 파키스탄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제어할 레버리지도 줄어들 수 있다.
핵 신호의 진짜 수신자
흥미로운 해석도 있다. 원자과학자회보에 기고한 시단트 키쇼어는 파키스탄의 핵 신호가 인도를 직접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위기 상황에서 미국을 끌어들이는 도구로 기능한다고 분석한다. 즉, 핵 확전 임박이라는 인식을 만들어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고, 그 개입이 인도를 압박하는 구조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개입은 인도에 자제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왔다.
이 시각에서 보면, 파키스탄의 ICBM 개발 가능성은 미국 본토를 실제로 타격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미국이 파키스탄 문제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적 모호성의 도구일 수 있다. 불확실성 자체가 억제력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 해석이 맞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파키스탄이 실제로 미국을 직접 겨냥한 억제 능력을 원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변화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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