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공개 전쟁' 선포하며 국경 충돌 격화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포함한 주요 도시에 공습을 감행하며 양국 간 '공개 전쟁'이 선포됐다. 두랜드 라인을 둘러싼 갈등의 배경과 국제사회 파급효과를 분석한다.
133명 사망, 200명 부상. 파키스탄이 발표한 금요일 공습 결과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는 8명 사망이라고 반박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파키스탄 국방장관 콰자 아시프가 "우리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이제 너희와 우리 사이는 공개 전쟁이다"라고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2,611km 국경선에서 벌어진 일
사건의 발단은 목요일 밤 두랜드 라인에서 시작됐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가르는 2,611km의 이 국경선은 단순한 지리적 경계가 아니다. 영국 식민지 시대에 그어진 이 선은 파슈툰족을 인위적으로 분할했고,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이 국경을 공식 인정하지 않는다.
현지시간 금요일 새벽 1시 50분, 파키스탄군이 아프가니스탄 영토에 첫 공습을 감행했다. 목표는 카불, 팍티아주, 칸다하르의 탈레반 군사시설이었다. 파키스탄은 이를 '가자브 릴 하크(정의로운 분노) 작전'이라고 명명했다.
탈레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파키스탄군 기지에 대한 대규모 공세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양측 모두 상대방이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탈레반 집권 이후 75번의 충돌
이번 충돌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다. 남아시아 안보 전문가 사미 오마리에 따르면, 2021년 탈레반이 재집권한 이후 양국 간 충돌이 75차례나 발생했다. 미군과 나토군이 철수한 그해부터 긴장이 고조된 것이다.
파키스탄의 가장 큰 불만은 파키스탄 탈레반(TTP)이다. 2007년 파키스탄에서 결성된 이 무장단체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는 별개 조직이지만, 이념적·언어적 유대가 깊다.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이 TTP를 비호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파키스탄 내 무장 공격이 급증했다. TTP와 발루치스탄해방군(BLA)에 의한 테러가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인 카이베르 파크툰크와주와 발루치스탄주에 집중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로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국제사회의 엇갈린 반응
흥미롭게도 각국의 반응이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인도는 즉각 파키스탄을 비난했다. 외교부 대변인 란디르 자이스왈은 "라마단 성월 중 민간인 사상자를 낸 파키스탄 공습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파키스탄이 내부 실패를 외부로 전가하려는 또 다른 시도"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란은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라마단 성월에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이 선린 관계와 대화를 통해 차이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즉각적인 공격 중단과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양측에 국제법 준수를 당부했지만, 구체적인 중재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승자 없는 게임의 딜레마
이 갈등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키스탄은 탈레반이 TTP를 통제하기를 원하지만, 탈레반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TTP를 강경 진압하면 이들이 탈레반의 최대 라이벌인 이슬람국가 호라산주(ISIS-K)로 이탈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무력분쟁위치사건데이터(ACLED)의 남아시아 선임분석가 펄 판디아는 "탈레반이 TTP를 진압하지 않으면 심각한 확전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갈등이 지역 전체의 불안정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핵심 거점인 파키스탄의 정치적 불안정은 베이징에게도 부담이다. 인도는 파키스탄의 혼란을 기회로 볼 수 있지만, 난민 유입과 테러 확산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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