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위해'라는 말의 무게
OpenAI가 비영리 재단을 내세워 영리 전환을 추진하는 구조적 모순을 파헤친다. AI 거버넌스의 공백이 우리 사회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짚어본다.
샘 알트먼은 한때 이렇게 말했다. AI는 너무 위험해서 투자자들의 손에 맡길 수 없다고. 그래서 OpenAI를 비영리로 설립했다고. 그런데 지금, 그는 국방부와 자율무기 계약을 맺고, 자녀를 잃은 부모들과 법정에서 싸우고 있다. 그리고 1,800억 달러 규모의 재단이 그 모든 것을 '인류를 위한 일'이라고 포장한다.
비영리라는 껍데기, 영리라는 속살
지난해 10월, OpenAI는 조직 구조를 전면 개편했다. 비영리 법인이 영리 자회사를 소유하는 방식에서, 영리 법인이 중심이 되고 비영리 재단이 그 위에 앉는 형태로 바뀌었다. 표면적으로는 비영리 미션이 여전히 최우선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영리 기술 형평성 단체 Tech Equity의 설립자 캐서린 브레이시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샘 알트먼은 법적으로 비영리 미션을 모든 것보다 우선시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OpenAI가 매일 하는 일들을 보면, 그 법을 매일 위반하고 있는 겁니다."
브레이시의 설명에 따르면, 문제의 핵심은 법적 구조에 있다. 미국 세법상 비영리 법인은 세금 면제 대신 공공 미션을 위해 운영해야 한다. OpenAI의 공식 미션은 '전 인류의 이익을 위한 AI 개발'이다. 그런데 비영리 법인을 영리 법인과 완전히 분리하려면, 비영리가 보유한 지적재산권과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 ChatGPT 기반 기술 전체가 여기에 포함된다. 그 가격표 앞에서 OpenAI는 분리 대신 공존을 택했다. 브레이시는 이것이 "완전히 지속 불가능하고 화해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한다.
1,800억 달러 재단의 역설
OpenAI는 이번 주 재단의 투자 우선순위를 발표했다. 알츠하이머 연구, 교육 기회 확대, 지역사회 지원이 목록에 올랐다. 브레이시는 여기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만약 OpenAI 재단이 지원한 알츠하이머 연구에서, Anthropic의 모델이 ChatGPT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담배 회사가 후원한 니코틴 연구를 믿지 않습니다. 주류 회사가 후원한 알코올 중독 연구도 받아들이지 않죠. OpenAI 재단이 후원하는 과학 연구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브레이시는 Google.org을 비교 사례로 든다. 구글의 사내 재단 역할을 하는 Google.org은 실질적으로 마케팅 부서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무해한 단체들에 돈을 주지만, 구글의 핵심 이익에 반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 브레이시는 OpenAI 재단이 같은 경로를 걸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 독자들에게도 이 구조는 낯설지 않다. 네이버의 AI 연구재단, 카카오의 사회공헌 활동도 비슷한 비판을 받아왔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내세울 때, 그것이 진정한 공익인지 브랜드 관리인지를 구분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AI 거버넌스의 공백, 한국은 어디에 있나
이 논쟁이 한국과 무관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 모두 OpenAI와 크고 작은 협력 관계를 맺고 있거나 검토 중이다. OpenAI의 거버넌스 구조가 흔들릴 경우, 이 협력의 법적·윤리적 기반도 함께 흔들린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규제의 공백이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이 OpenAI의 비영리법 위반을 조사할 권한이 있다. 브레이시는 OpenAI가 "법무장관이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변호사를 잔뜩 고용해 도박을 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실리콘밸리의 오래된 격언, '허락보다 용서를 구하라'가 여기서도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AI 기본법은 2024년 말 국회를 통과했지만, 기업의 자율 규제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OpenAI 사례는 자율 규제의 한계를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보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원을 가진 AI 기업이, 스스로 만든 미션조차 지키지 못하거나 지키려 하지 않을 때, 외부의 강제력 없이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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