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자리를 빼앗으면, OpenAI가 세금을 낸다?
OpenAI가 로봇세, 공공부 펀드, 주4일제 실험을 제안하는 13페이지 정책 청사진을 공개했다. AI 시대의 경제적 충격을 누가, 어떻게 완충할 것인가.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29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경기침체도 아닌데.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회사가 있다. 바로 그 변화를 만들어낸 OpenAI다.
AI 기업이 먼저 손을 들었다
OpenAI는 지난 4월 7일, "지능의 시대를 위한 산업 정책"이라는 제목의 13페이지 정책 문서를 공개했다. 문서의 부제는 '사람을 먼저 두기 위한 아이디어들'. AI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정책 제안들을 담고 있으며, Sam Altman CEO는 이를 "완성된 처방이 아닌 공론화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제안의 핵심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로봇세다. 자동화된 노동력을 사용하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고, 동시에 정부 세수 구조를 임금 기반에서 투자 수익과 기업 이익 기반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배경에는 자동화가 확산될수록 사회보장 재원이 되는 고용 기반 소득이 줄어든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둘째, 국가 공공부 펀드다. AI 기업들의 기여로 조성된 이 펀드는 AI 섹터와 기술을 도입하는 산업 전반에 걸쳐 지분을 보유하고, 그 수익을 모든 미국 시민에게 분배한다. Axios는 이를 문서에서 "가장 광범위한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셋째, 주 4일제 실험이다. AI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더 많은 산출물이 아닌 더 짧은 노동시간으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주 32시간 근무(현행 급여 유지) 실험을 지원하자는 내용이다.
넷째, 자동 안전망 트리거다.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특정 수치를 넘으면 소득 지원, 임금 보험, 직접 현금 지급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가동되고, 노동시장이 회복되면 자동으로 축소되는 데이터 연동 시스템이다.
숫자들이 말하는 현실
이 제안들이 공허한 선언이 아닌 이유는, 노동시장 데이터가 이미 변화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칼라 급여는 29개월 연속 감소 중인데, 연구자들은 이를 경기침체 없이는 전례 없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명문 경영대학원 졸업생들에 대한 수요조차 줄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 ChatGPT의 전 세계 주간 이용자 수는 9억 명에 달한다.
Altman은 Axios와의 인터뷰에서 초지능(superintelligence) 개발 속도가 미국 사회의 근본적 재편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가 비교 대상으로 꺼낸 것은 20세기 초 진보주의 시대 개혁과 대공황 시기의 뉴딜 정책이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위협으로는 사이버 공격과 생물학적 위협을 꼽으며 "1년 안에 심각한 사이버 위협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이 논의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는 분명하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 대기업들은 이미 AI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노동시장에서도 반복적 인지 업무를 수행하는 화이트칼라 직군의 구조적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들이 감지된다.
한국 정부는 현재 AI 산업 육성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고용 충격에 대한 제도적 완충 장치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다. OpenAI의 이번 제안이 한국 정책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한국형 '로봇세'나 '공공 AI 펀드' 논의가 언제 본격화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해관계자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AI 기업들은 자신들이 만든 문제의 해법을 스스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선제적 책임 의식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이 제안이 규제의 틀을 기업이 먼저 짜는 방식, 즉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공론장을 선점하는 전략이 아니냐고 묻는다. 노동계는 제안의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구체적 이행 메커니즘이 없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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