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가 스스로 고백한 '최대 리스크'는 마이크로소프트
OpenAI가 투자자 배포 문서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의존도를 핵심 리스크로 공개했다. 1200억 달러 규모 자금 조달 뒤에 숨겨진 구조적 취약점과 삼성·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미치는 파장을 짚는다.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AI 기업이 스스로 "우리의 가장 큰 위험은 파트너사"라고 털어놨다.
OpenAI는 최근 신규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재무 문서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핵심 리스크 요인으로 명시했다. IPO 투자설명서를 방불케 하는 이 문서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당사 파이낸싱과 컴퓨팅 자원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고 있다"는 문구가 담겼다. 쉽게 말해, 파트너사 하나가 등을 돌리면 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1200억 달러 뒤에 숨겨진 구조적 취약점
지난달 OpenAI는 아마존, 엔비디아, 소프트뱅크 등 전략적 파트너로부터 110억 달러(약 16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추가로 10억 달러를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조달 중이며, 이 라운드는 이달 말 마감될 예정이다. 이로써 OpenAI의 기업가치는 7300억 달러(약 1000조 원)로 평가됐다.
숫자만 보면 화려하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배포된 문서의 리스크 섹션을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부터 OpenAI에 투자해왔고, 누적 투자액은 130억 달러에 달한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한 OpenAI 영리 법인 지분의 가치는 1350억 달러로 평가된다. 그리고 OpenAI의 핵심 서비스 상당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 위에서 돌아간다. OpenAI가 문서에 직접 쓴 표현을 빌리자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상업적 파트너십을 수정하거나 종료할 경우, 당사의 사업, 전망, 영업 실적 및 재무 상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대해 OpenAI 측은 "이는 수년간 유지해온 표준적인 법적 리스크 공시이며, IPO 투자설명서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문서가 IPO를 앞두고 배포됐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마이크로소프트만이 아니다
문서가 나열한 리스크는 파트너 의존도에 그치지 않는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만 리스크다.OpenAI는 AI 모델 학습과 운영에 막대한 반도체 자원이 필요한데, 핵심 공급처인 TSMC가 양안(兩岸) 갈등으로 타격을 받으면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명시했다. 2030년까지 약정된 컴퓨팅 지출 약정액만 6650억 달러에 달한다고도 밝혔다.
법적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일론 머스크와 그의 회사 xAI가 제기한 소송 3건이 진행 중이며, 첫 재판은 다음 달로 예정돼 있다. 더 무거운 사안도 있다. 캘리포니아 법원에 접수된 최소 14건의 소송은 ChatGPT 사용자나 그 가족들이 제기한 것으로, 자살·사망 등 정신건강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16세 소년 아담 레인의 부모가 제기한 첫 번째 사망 소송은 특히 사회적 파장이 컸다.
한 가지 눈에 띄는 부재도 있다. 리스크 섹션 어디에도 샘 알트만 CEO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2023년 말 이사회에 의해 전격 해임됐다가 며칠 만에 복귀한 그는 회사의 가장 큰 인적 리스크이기도 하다. 문서는 "핵심 인력에 의존한다"고만 적었을 뿐, 구체적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한국 투자자와 기업에 미치는 파장
OpenAI의 이번 공시가 한국과 무관한 이야기가 아닌 이유가 있다.
첫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OpenAI가 명시한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는 곧 HBM(고대역폭메모리) 최대 수요처의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대만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TSMC 의존도가 높은 AI 반도체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고, 이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수요 예측에도 직접적 영향을 준다.
둘째, 네이버와 카카오다. 국내 AI 서비스들이 OpenAI의 API를 활용하는 구조라면, 상위 공급망의 불안정성은 고스란히 하방 리스크로 전이된다. OpenAI가 마이크로소프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코어위브, 구글, 오라클 등 클라우드 다변화를 추진 중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들에게는 기회의 창이 열릴 수도 있다.
셋째, AI 관련 국내 상장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이다. OpenAI의 IPO가 현실화되면 글로벌 AI 투자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만 이번 리스크 공시는 "모든 게 완벽하지 않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7300억 달러 밸류에이션이 적정한지, 수익성 경로가 명확한지에 대한 시장의 검증이 본격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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