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통제의 마지막 보루가 사라졌다
미-러 신START 조약 만료로 핵무기 통제 체제 붕괴. 트럼프의 무관심과 푸틴의 핵 위협 속에서 새로운 군비경쟁 시대가 열렸다.
2월 4일, 미국과 러시아 간 핵무기를 제한하는 마지막 협정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신START 조약의 만료와 함께, 두 핵 강대국을 묶어두던 마지막 끈이 끊어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만료되면 그냥 만료되는 것"이라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 한 마디 뒤에 숨은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30년간 이어져온 핵무기 통제 체제의 완전한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신START, 무엇이 사라졌나
신START 조약은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보유할 수 있는 전략핵탄두를 1,550개로, 운반체를 800개로 제한했다. 더 중요한 것은 상호 검증 시스템이었다. 양국은 서로의 핵시설을 연간 18회 사찰할 수 있었고, 핵무기 현황을 정기적으로 교환했다.
이제 이 모든 것이 사라졌다. 양국이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어떤 종류의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투명성의 종료는 곧 불신의 시작을 의미한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이미 지난해 조약 참여를 일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서방과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새로운 극초음속 미사일 사르마트와 핵 어뢰 포세이돈 등 기존 조약으로는 제한할 수 없는 무기들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트럼프의 계산법
트럼프 행정부는 왜 조약 연장에 관심이 없을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중국 변수다. 중국의 핵무기는 350개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 2030년까지 1,00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예측한다.
문제는 중국이 핵군축 협상에 참여하기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미-러만의 이자 협상으로는 21세기 핵 위협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워싱턴의 판단이다. 트럼프는 "중국과 러시아가 함께 앉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런 논리에도 허점이 있다.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기존 협정마저 포기하는 것이 과연 현명할까? 일각에서는 이것이 새로운 군비경쟁을 정당화하는 구실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반도에 미치는 파장
이 상황은 한반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러 핵 통제 체제가 무너지면서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국제적 압박도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미 9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매년 12개씩 추가 생산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핵 확산의 도미노 효과다. 기존 핵 강대국들이 군비경쟁에 나서면, 다른 국가들도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이 핵 개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미국 자체가 러시아, 중국과의 핵 경쟁에 몰입하게 되면서, 동맹국에 대한 안보 공약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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