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이 크라켄과 손잡은 이유, 주식이 코인처럼 거래된다
나스닥과 크라켄이 토큰화 주식 거래 플랫폼을 공동 개발한다. 2027년 출시 예정인 이 시스템은 유럽 등 해외 투자자에게 블록체인 기반 주식 거래를 제공한다. 한국 투자자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삼성전자 주식을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아직 삼성 얘기는 아니지만, 그 세계가 생각보다 빨리 오고 있다.
나스닥과 크라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나스닥과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이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상장 주식의 토큰화 버전을 발행하고 거래하는 시스템을 공동 개발한다고 2026년 3월 9일 밝혔다. 플랫폼 출시 목표 시점은 2027년 초다.
구조는 이렇다. 나스닥이 상장된 주식과 ETF의 '토큰화 버전'을 블록체인 위에 만들고, 크라켄이 이를 미국 외 투자자들—특히 유럽과 기타 국제 시장—에게 유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핵심은 1대 1 대응이다. 토큰 1개는 실제 주식 1주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단순한 파생상품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권리다. 나스닥은 토큰 보유자가 기존 주주와 동일한 주주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했다. 배당금 수령,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모두 포함된다. 블록체인 기술로 이 과정을 자동화해 효율을 높이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다.
이 움직임은 단독 행동이 아니다. 나스닥은 이미 2025년 9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토큰화 주식을 기존 주식과 나란히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같은 주, 거래소 운영사 ICE는 암호화폐 거래소 OKX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토큰화 주식과 암호화폐 선물 상품 출시 계약을 맺었다. 나스닥은 또 독일 Boerse Stuttgart Group의 토큰화 결제 플랫폼 Seturion과도 파트너십을 체결해 유럽 거래 인프라와의 연결을 강화했다.
왜 지금인가, 그리고 한국 투자자에게 무슨 의미인가
타이밍이 의미심장하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암호화폐·디지털 자산 규제 기조가 눈에 띄게 완화되고 있다. SEC의 태도 변화, 의회의 Clarity Act 논의 등 제도적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시점에 전통 금융의 최강자 나스닥이 블록체인으로 직접 뛰어든 것이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이 뉴스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우선 직접적인 접근성 문제다. 이번 서비스는 미국 외 지역, 특히 유럽을 우선 타깃으로 한다. 한국이 초기 대상에 포함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에 쏟는 관심—서학개미 열풍은 여전하다—을 감안하면, 토큰화 주식이 제도권으로 편입될 경우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다음은 국내 금융 인프라에 대한 압박이다.한국거래소(KRX), 한국예탁결제원(KSD) 같은 기관들이 블록체인 기반 결제·청산 시스템 도입을 서두를 명분이 생겼다. 글로벌 경쟁자들이 자동화·효율화를 앞세우는데 국내 인프라가 뒤처진다면, 자본 유출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규제 리스크다. 한국 금융당국은 토큰화 증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아직 정비하는 중이다. 금융위원회가 2024년부터 토큰증권(STO) 관련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나스닥-크라켄 모델처럼 글로벌 플레이어가 국경을 넘어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국내 규제 공백이 드러날 수 있다.
승자와 패자: 이 판이 재편되면 누가 웃고 누가 우나
승자 후보: 해외 주식에 관심 있는 개인 투자자들은 더 낮은 진입 장벽을 기대할 수 있다. 블록체인 인프라를 보유한 기술 기업, 그리고 크라켄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는 전통 금융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기회를 얻는다.
패자 후보: 기존 증권사와 수탁 기관들이다. 배당 처리, 의결권 행사, 결제 등 중간 단계에서 수수료를 받아온 기관들이 블록체인 자동화로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 국내로 좁히면, 해외 주식 중개로 수익을 올리는 증권사들이 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토큰화 주식이 실제로 기존 주식과 완전히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갖는지, 국가 간 규제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해킹·스마트 컨트랙트 취약점 같은 기술적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할지—이 질문들은 아직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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