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파일, 피해자 신원 노출로 '2차 가해' 논란
미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관련 문서에서 피해자들의 나체 사진과 신원이 그대로 노출되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서에서 성범죄 피해자들의 나체 사진과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변호사들은 이를 "돌이킬 수 없는 피해"라고 규탄했다.
검열 실패로 드러난 민감 정보들
BBC Verify의 독자적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문제 해결을 약속한 지 하루가 지난 수요일에도 여전히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이미지가 온라인에 남아있었다. 지난 금요일 공개된 엡스타인 파일에는 40여 장에 달하는 검열되지 않은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문제가 된 자료들은 충격적이다. 얼굴과 몸이 가려지지 않은 채 부분적으로 옷을 벗은 젊은 여성들의 사진 4장이 확인됐다. 한 문서에는 같은 사진이 두 버전으로 실려 있었는데, 하나는 얼굴에 검은 사각형 처리가 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의료 정보까지 노출된 점이다. 태아 초음파 영상에는 검사 시간, 날짜, 위치, 태아의 주수까지 명확히 표시되어 있었고, 한 여성의 이름이 완전히 공개되어 있었다.
"수천 건의 실수"라는 변호사의 분노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브래드 에드워즈 변호사는 "입힌 피해는 돌이킬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완전히 알려지지 않았던, 앞으로 나서지도 않았던 피해자들의 이름이 대중 소비용으로 공개됐다"며 "말 그대로 수천 건의 실수"라고 말했다.
엡스타인의 성적 학대 생존자인 애슐리 루브라이트는 BBC에 "정보가 공개된 여성들을 위해 가슴이 아프다. 그들 인생의 가장 끔찍한 순간 중 하나에 대한 엄청난 침해"라고 토로했다.
법무부는 화요일 "기술적 또는 인적 오류"로 인해 파일이 업로드됐다며 웹사이트에서 수천 건의 문서를 삭제했다. 하지만 피해는 이미 확산된 후였다.
의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
아이러니하게도 법무부는 애초 피해자 보호를 위해 공개를 연기했었다. 토드 블랜치 부장관은 크리스마스 시즌 공개 예정일을 앞두고 "모든 피해자의 이름, 신원, 이야기가 완전히 보호되도록 하기 위해 모든 문서를 하나하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의회가 설정한 마감일에 쫓겨 급하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검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사태는 디지털 시대 정보 공개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대중의 알 권리와 투명성 요구는 높아지고 있지만, 한 번 인터넷에 올라간 정보는 완전히 삭제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피해자들에게는 평생의 상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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