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아랍어 AI로 중동을 공략한다
상하이교통대가 20개 아랍 방언을 통합한 세계 첫 오픈소스 음성합성 AI '하비비'를 공개. 중국의 중동 기술 영향력 확장 신호탄일까?
상하이교통대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하비비"라고 불리는 AI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다. 화면에는 이집트 방언부터 걸프 지역 방언까지 20개가 넘는 아랍어 변형이 자연스럽게 음성으로 변환되는 모습이 펼쳐진다. "내 사랑"이라는 뜻의 이 모델명처럼, 중국이 중동에 보내는 기술적 러브콜이 시작됐다.
세계 최초 다방언 아랍어 AI의 등장
상하이교통대 X-LANCE 연구소가 공개한 '하비비(Habibi)'는 세계 최초로 20개 이상의 아랍어 방언을 하나의 프레임워크로 통합한 오픈소스 음성합성 모델이다. 중국 최고 수준의 음성·언어 처리 연구기관 중 하나인 이 연구소는 그동안 영어와 중국어 중심이었던 AI 음성 기술의 판도를 바꾸려 한다.
아랍어는 4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지만, 지역마다 방언 차이가 극심하다. 모로코 다리자(Darija)와 레반트 지역 방언은 서로 다른 언어처럼 들릴 정도다. 기존 AI 모델들이 표준 아랍어에만 집중했던 이유다.
연구진은 "방언별로 별도 모델을 개발하는 대신, 통합 접근법을 택했다"며 "이는 아랍어권 전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진출의 전략적 의미
이번 발표는 단순한 학술 성과를 넘어선다. 중국이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핵심 지역인 중동에서 기술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중동 지역 분석가들은 "중국이 서구 기술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아랍어 AI 분야에서 선점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미국 빅테크들의 아랍어 음성 서비스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무료로 제공하면서 개발자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는 중국 기술 생태계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국의 네이버나 카카오도 비슷한 방식으로 동남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선
하지만 모든 반응이 긍정적이지는 않다. 일부 중동 정책 전문가들은 "기술 종속 우려"를 제기한다. 중국 기업들이 중동 지역 데이터 인프라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정보 보안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중국의 기술 수출을 견제해왔는데, AI 분야에서도 비슷한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아랍어권 개발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두바이의 한 AI 스타트업 창업자는 "그동안 아랍어 AI 도구가 부족해 고생했는데, 이런 오픈소스 모델은 정말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의 기회와 도전
한국 기업들에게는 양면의 의미를 갖는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동 시장에서 현지화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특히 스마트 TV나 가전제품에 아랍어 음성 인식 기능을 탑재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 기업들의 중동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의 AI 기업들도 다국어 지원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언어 다양성은 핵심 차별화 요소"라며 "우리도 아시아 언어 중심으로 특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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