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 AI가 만든 가짜 연인이 당신의 마음과 지갑을 노린다
AI 기술로 진화한 로맨스 스캠이 연간 3조원 피해를 낳고 있다. 외로움을 악용하는 새로운 사기 수법과 대응책을 살펴본다.
30억 달러.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인들이 로맨스 스캠으로 잃은 돈이다. 한화로 약 4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그런데 이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사랑에 속았다는 사실을 신고하기를 꺼리는 피해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2024년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달콤하지만은 않다.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온라인 연애 사기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정교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영어에 능숙한 사기꾼만이 미국인을 상대로 사기를 칠 수 있었다면, 이제는 AI 번역 기술 덕분에 전 세계 누구나 수백만 명의 잠재적 피해자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산업화된 사랑의 사기극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사이버보안 연구원 프레드 하이딩에 따르면, AI는 로맨스 스캠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 한 사람이 몇 건의 사기만 관리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AI 도구를 활용해 20건 이상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다크웹에서 판매되는 '로맨스 스캠 툴킷'의 존재다. 마치 정당한 소프트웨어처럼 고객 지원, 사용자 리뷰, 단계별 요금제까지 갖춘 이 도구들은 다음을 제공한다:
- AI로 생성된 가짜 프로필과 사진 세트
- 사기 단계별 대화 스크립트
- 딥페이크 영상 제작 도구
사이버보안 업체 비질런트의 창립자 크리스 나이후이스는 "진입 장벽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한다. 기술적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정교한 사기를 벌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외로움이라는 취약점
로맨스 스캠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인 사랑과 연결에 대한 갈망을 악용하기 때문이다. 2023년 미국 보건총감이 공식 선언한 '외로움 전염병'은 하루 15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은 건강 위험을 초래한다.
전 세계 6명 중 1명이 외로움을 겪고 있으며, 이들이 바로 사기꾼들의 주요 타깃이 된다. 사기꾼들은 AI가 생성한 초기 메시지로 접근해 '러브 보밍' 기법으로 피해자와 관계를 구축한다. 신뢰가 형성되면 위기 상황을 조작해 기프트카드, 송금, 암호화폐 등 추적이 어려운 방식으로 돈을 요구한다.
흥미롭게도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가 기성세대보다 온라인 사기에 3배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잃을 돈이 상대적으로 적어 피해 규모는 작은 편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인들의 온라인 데이팅 앱 사용률이 급증하고 있고,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만남이 일상화되면서 로맨스 스캠의 위험도 높아졌다.
카카오톡, 네이버 등 국내 플랫폼에서도 AI로 생성된 프로필을 사용한 사기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AI 번역 기술 덕분에 외국 사기꾼들도 쉽게 한국인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
대응책: 의심하되, 절망하지는 말자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예방책은 명확하다:
- 직접 만나지 않은 상대에게는 절대 송금하지 않기
- 즉흥적인 화상통화 요구하기 (딥페이크는 아직 대본 없는 행동에 취약)
- 역 이미지 검색으로 프로필 사진 진위 확인
- VPN 사용으로 위치 정보 보호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런 대응책들도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AI는 손 그리기에서 이미 큰 진전을 보였고, 실수로부터 학습한다. 조지 메이슨 대학의 산차리 다스 교수는 "전통적인 조작 탐지 신호들이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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