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한 발에 수억 원, 드론은 단돈 수십만 원
중동 전쟁이 바꾸는 방공 경제학.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한 발이 수억 원인 시대, 레이저·드론으로 방어 비용을 낮추려는 글로벌 경쟁이 시작됐다. 한국 방산에 미치는 영향은?
수백만 달러짜리 미사일로 수만 달러짜리 드론을 격추하는 것.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방공의 경제학이 무너지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 최근 3년간 세계 곳곳의 분쟁은 하나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다. 현재의 방공 체계는 비용 구조가 근본적으로 깨져 있다.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한 발의 가격은 약 400만 달러(약 54억 원). 반면 후티 반군이 쏘아 올리는 드론 한 대의 제조 원가는 많게 잡아도 2만 달러(약 2,700만 원) 수준이다. 비율로 따지면 200대 1. 공격하는 쪽이 방어하는 쪽보다 훨씬 싸게 싸울 수 있는 구조다. 이 비대칭이 지금 전 세계 국방부와 방산 기업들을 뒤흔들고 있다.
레이저, 레이더, 드론 — 새로운 방공의 삼각형
이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영국, 이스라엘, 유럽 등 주요 방산국들이 주목하는 기술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고에너지 레이저(DEW, Directed Energy Weapon)다. 레이저 무기의 핵심 매력은 발사 비용이다. 전기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발당 비용이 수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영국 MBDA 등이 이미 실전 배치 가능한 레이저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이스라엘의 아이언 빔 시스템은 실제 드론과 박격포 요격 시험에서 성과를 냈다. 다만 날씨(구름, 안개)에 취약하고 사거리가 제한적이라는 한계는 여전하다.
둘째는 첨단 레이더와 감지 네트워크다. 저고도로 느리게 날아오는 소형 드론은 기존 방공 레이더가 잘 잡아내지 못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층 감지 시스템 — 광학, 음향, 전파 탐지를 결합한 융합 레이더 — 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셋째는 드론 대 드론(Counter-UAS) 방식이다. 적의 드론을 또 다른 드론으로 요격하거나, 전파 교란(재밍)으로 무력화하는 방법이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는 이미 이 방식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전술을 바꿀 수 있다는 유연성이 강점이다.
왜 지금인가 — 전쟁이 바꾼 구매 목록
냉전 시대의 방공은 적국의 전투기와 탄도미사일을 상정했다. 그래서 패트리엇처럼 비싸고 강력한 시스템이 표준이 됐다. 하지만 지금의 위협은 다르다. 수십 대, 수백 대의 저가 드론이 떼를 지어 날아오는 '포화 공격(saturation attack)'이다. 고가 미사일로는 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감당이 안 된다.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패트리엇 미사일을 소진하면서 자국 방공망에 구멍이 생겼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 여러 나라의 방공 탄약 재고는 전쟁 발발 이후 빠르게 줄었고, 보충 속도는 소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현실이 '더 싸고,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방공 수단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우고 있다.
승자와 패자 — 방산 지형이 달라진다
이 흐름에서 기존 대형 방산 업체들의 입장은 미묘하다. 레이시온이나 보잉 같은 기업들은 고가 미사일 시스템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려왔다. 저비용 방공이 대세가 되면 이익률이 줄어들 수 있다. 반면 드론 방어 소프트웨어, 레이저 시스템, 소형 레이더를 만드는 스타트업과 중소 방산 기업들에게는 기회다.
정부 입장에서는 반갑다. 방산 예산은 한정돼 있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방어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시민) 관점에서 보면, 방공 기술의 발전은 민간 공항과 주요 인프라를 노리는 드론 테러 위협에 대한 방어력 강화로도 이어진다. 이미 전 세계 주요 공항에서 불법 드론 침입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에게 이 흐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방공 환경 중 하나에 놓여 있다. 북한은 수천 대의 드론과 방사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소형 드론 5대가 서울 상공을 유유히 비행하다 돌아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우리 군은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방산 기업들은 이미 드론 방어 시스템과 레이저 무기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하고 대드론 전력 확보에 예산을 늘리는 추세다. 중동과 우크라이나의 전훈(戰訓)이 한국 방위산업의 연구개발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이 글로벌 흐름은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출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방산은 최근 폴란드, 루마니아 등 유럽에 대규모 수출을 성사시켰다. 저비용 고효율 방공 솔루션을 개발해 수출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수 있다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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