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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출신 올리가르히가 우크라이나를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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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출신 올리가르히가 우크라이나를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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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릴 드미트리예프. 하버드 MBA, 맥킨지 출신. 한때 러시아 경제개혁의 얼굴이었던 그는 이제 푸틴의 수석 협상가로 우크라이나 주권을 흥정하고 있다. 그가 걸어온 길이 우리에게 묻는 것들.

어린 시절 친구가 전선에서 무릎에 총상을 입었다. 그 친구는 취재 요청을 이렇게 거절했다. "키릴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그의 무릎에 총을 쏘고 싶을 뿐이에요."

키예프(지금의 키이우) 145번 자연과학고등학교 동창생 올렉산드르 리스니첸코가 전한 말이다. 그 '키릴'은 지금 모스크바와 플로리다를 오가며 스티브 위트코프, 재러드 쿠슈너와 밀담을 나누고 있다. 그의 이름은 키릴 드미트리예프. 스탠퍼드 학사, 하버드 MBA, 맥킨지와 골드만삭스 경력을 가진 러시아 국부펀드 수장이자, 현재 사실상 푸틴의 수석 외교관이다.

개혁의 얼굴에서 제국의 협상가로

2011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 드미트리예프는 미국인 변호사 매슈 머레이에게 다가가 조언을 구했다. 그는 막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수장을 맡았고, 이 펀드를 "최고 수준의 국제 기준"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투명성, 반부패, 외국 자본 유치. 그는 서방 투자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모든 말을 했다.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TPG의 데이비드 본더만, 아폴로의 레온 블랙 같은 미국 사모펀드 거물들이 자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초기 투자 중에는 러시아의 '마더 앤드 차일드' 병원 체인도 있었다. 드미트리예프는 러시아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려던 바로 그 시기, 개혁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2013년 말, 키이우에서 유로마이단 시위가 시작됐다. 민주주의와 유럽적 미래를 요구하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목소리는 푸틴의 신경을 건드렸다. 크림반도 합병, 서방의 제재, RDIF 자문단의 줄줄이 이탈. 드미트리예프의 '개혁가' 시절은 그렇게 끝났다.

그는 재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RDIF는 경제개혁 수단에서 정치적 도구로 변신했다. 그는 리야드와 아부다비를 오가며 무함마드 빈 살만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를 설득해 수십억 달러의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2015년에는 러시아 국민연금에서 17억 5000만 달러를 빼내 푸틴의 사위가 지분을 가진 석유화학 대기업 시부르로 흘려보냈다. 유출된 문서에 따르면 드미트리예프는 RDIF의 투자 계획을 그 사위와 공유하기도 했다.

그의 개인 재산도 이 시기에 급팽창했다. 나발니의 반부패재단 조사에 따르면 드미트리예프의 부동산 자산은 지난 10년간 5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로 불어났다. 그의 아내 나탈리아 포포바는 푸틴의 딸 카테리나 티호노바와 절친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다. 드미트리예프는 사실상 '크렘린의 사위'가 됐다.

'야니차르'라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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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예프는 키이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아버지는 우크라이나 공산당에서 고위직을 지낸 세포생물학자였다. 145번 고등학교 동창 볼로디미르 아리예프(현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의 기억 속 드미트리예프는 "소련의 회색빛 현실에서 벗어나 미국에서 좋은 교육을 받겠다는 얘기를 항상 했던" 야심 찬 소년이었다.

그 꿈은 이뤄졌다. 학교 교환 방문을 계기로 미국에 건너간 그는 스탠퍼드와 하버드를 거쳐 2000년 모스크바로 향했다. 이후 맥킨지, 골드만삭스를 거쳐 RDIF 수장에 올랐다.

2022년 2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하던 시기. 드미트리예프의 아버지는 갑자기 키이우를 떠났다. 이웃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아들의 권유였을 가능성이 높다. 침공 며칠 전의 일이었다. 그가 푸틴의 계획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동창 아리예프는 이 상황을 설명할 단어를 이미 알고 있었다. 야니차르(yanichar). 수백 년 전 오스만 제국이 지금의 우크라이나 땅에서 소년들을 납치해 제국 수도에서 세뇌 교육을 시킨 뒤, 고향의 반란을 진압하도록 돌려보낸 병사들을 이르는 말이다. "배신자"라는 번역은 너무 약하다고 그는 말했다.

빌리어네어 벙커의 흥정

2016년 트럼프 당선 다음 날, 드미트리예프는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레바논계 미국인 정치 브로커 조지 네이더에게 문자를 보냈다. "트럼프 캠프의 핵심 인물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미래를 위한 관계를 시작하고 싶다." 또 다른 문자에는 이런 말도 있었다. "제 상관이 따뜻한 안부를 전합니다." 상관은 푸틴이었다. 두 달 뒤 세이셸 호텔 바에서 그는 블랙워터 창업자 에릭 프린스와 미러 관계 개선을 논의했다. 이 모든 내용은 2019년 뮬러 보고서에 담겼다.

트럼프가 2024년 재집권하자 드미트리예프는 다시 등장했다. 이번엔 더 정교하게 준비했다. X(구 트위터)에서 그는 "글로벌리스트의 어리석음"을 비웃고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를 찬양하는 MAGA 스타일 계정을 운영했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트럼프 팀이 "3차 세계대전을 막았다"고 선언했다. 그의 고정 트윗이다.

지금 그는 플로리다 '빌리어네어 벙커' 섬에서 위트코프, 쿠슈너와 만나며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협상 내용의 핵심은 간단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규모 영토를 양보하고 군대를 대폭 줄이는 대신, 미러 기업들이 북극 희귀광물 채굴이나 화성 공동 탐사 같은 사업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젤렌스키에게 서명을 촉구한 28개 조항 초안에 드미트리예프의 손길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치주의가 없는 곳에서의 투자

드미트리예프의 제안에는 근본적인 모순이 있다. 그는 미국 투자자들에게 러시아에서 함께 돈을 벌자고 말한다. 하지만 법이 허울에 불과하고, 정보기관이 언제든 수익성 있는 사업을 몰수할 수 있으며, 또 다른 전쟁이 언제든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나라에서 장기 투자를 할 이성적인 투자자가 있을까.

에미리트의 경험이 이를 잘 보여준다. UAE는 RDIF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 목적은 수익보다 이란 견제를 위한 러시아·중국 관계 관리였다. 결과는? 러시아는 최근 중동 전쟁에서 미국 군사 자산에 대한 표적 정보를 이란에 제공했다. 그 미군 자산 대부분은 바로 걸프 국가들에 있다.

스푸트니크 백신 사례도 있다. 2020년 푸틴은 공중보건 경험이 전혀 없는 드미트리예프에게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의 생산과 수출을 맡겼다. 수십 개국에 공급됐지만, 아프리카·아시아·남미 여러 나라에서 그는 두바이 왕족 소유의 신생 기업에 독점 유통권을 줬고, 그 회사는 도즈당 가격을 두 배로 올려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가나는 부패와 미납 의혹으로 계약을 취소했고, 케냐는 사용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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