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좌의 몰락, 극우의 기회가 되나
리옹에서 발생한 극우 학생 살해 사건이 프랑스 정치 지형을 뒤바꾸고 있다. 50년간 배척받던 극우가 주류로, 극좌가 새로운 '악마'가 되는 순간.
50년간 프랑스 정치에서 '터치하면 안 되는' 정당은 극우였다. 하지만 리옹에서 벌어진 한 학생의 죽음이 이 공식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을까?
지난 2월 12일, 리옹에서 극우 성향 학생 퀀틴 데랑크가 극좌 활동가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숨졌다. 휴대폰 영상에는 복면을 쓴 젊은 남성들이 그를 반복적으로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리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머리 부상으로 사망했다.
극좌 정당의 직격탄
이번 사건의 충격은 단순한 폭력 사건을 넘어선다. 체포된 7명의 용의자 모두 작년 금지된 극좌 조직 라 젠느 가르드(청년근위대)의 구성원이거나 관련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조직은 프랑스 국회에서 70석을 차지한 극좌 정당 라 프랑스 인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LFI)의 보안을 담당했던 곳이다.
더 심각한 것은 용의자 중 한 명인 자크-엘리 파브로가 LFI 국회의원의 유급 보좌관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살인 교사 공모' 혐의로 기소됐고, 직접 폭행에 가담한 아드리앙 베세이르도 같은 의원실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판사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살인 의도를 부인하고 있다. 일부는 묵비권을 행사했고, 나머지는 현장에 있었음을 인정하되 일부만 폭행 사실을 시인했다.
50년 공식의 역전
프랑스 정치에서 50년간 통용된 불문율이 있었다. 극단주의와 연결돼 배척받아야 할 정당은 극우 국민연합(RN)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 '악마화'의 대상이 극좌로 옮겨가고 있다.
마린 르펜이 그토록 열망했던 극우의 '탈악마화'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극우는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당이지만, 다른 정당들의 '방역선' 때문에 집권하기 어려웠다.
2024년 총선이 대표적 사례다. 1차 투표에서 선전한 RN을 막기 위해 에마뉘엘 마크롱 진영과 좌파가 후보를 사퇴시켜 반(反)RN 표를 결집시켰다. 결과적으로 RN은 120석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이런 '견제 연합'이 가능했던 이유는 LFI가 '공화주의 호(弧)' 안의 정당, 즉 협력 가능한 세력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정치 지형의 대전환
만약 이번 사건으로 사회당(70석)과 중도파(160석)가 LFI와의 협력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극우를 막는 다수 연합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더 나아가 극좌에 '수치의 낙인'이 찍혀 상대적으로 극우가 깨끗해 보인다면? 보수 공화당(50석)이 RN과 공개적으로 손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러면 극우는 주류 정치의 문턱을 넘게 된다.
보수 성향 르 피가로 신문의 기욤 타바르 논설위원은 이렇게 분석했다. "데랑크의 죽음 이후 정치 지형이 바뀌었다. 멜랑숑의 정당이 정치권과 언론에서 가장 비난받는 세력이 됐다. RN에게는 50년간 자신들의 것이었던 그 구별을 빼앗긴 뒤 얻은 횡재다."
극좌의 딜레마, 주류 좌파의 고민
LFI와 당 대표 장뤽 멜랑숑은 딜레마에 빠졌다. 살인을 규탄하면서도 청년근위대나 그 창설자인 국회의원 라파엘 아르노를 단죄하길 거부하고 있다. 참회보다는 방어에 나선 모습이다.
주류 좌파는 더욱 곤란하다. LFI와 거리를 둬야 하지만, 그것이 극우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을까 봐 우려한다. 전 총리이자 2027년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도미니크 드 빌팽은 경고했다. "LFI에 대한 공격에만 집중하면서 우리는 RN에게 정상성의 외관이라는, 그들이 항상 꿈꿔왔던 것을 선사하고 있다."
다음 달 지방선거부터 그 여파가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진짜 시험대는 2027년 대선과 총선이다. 프랑스 정치의 근본 질서가 바뀔 수 있는 분기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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