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이 러시아 대신 미국을 택한 이유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석유 수출로 막힌 카자흐스탄, 루코일 자산 매입 요청하며 미국과 에너지 협력 강화. 지정학적 균형 변화의 신호탄일까?
80%의 석유 수출이 하나의 파이프라인에 의존한다면? 그 파이프라인이 반복적으로 공격받는다면? 카자흐스탄이 지금 직면한 현실이다.
1월 28일, 카자흐스탄 정부는 미국에 제재 대상인 러시아 석유회사 루코일 자산 매입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불과 5일 전에는 양국 에너지부 장관이 만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모든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가 새로 설립한 평화위원회에 카자흐스탄이 참여한 시점과 겹친다.
우크라이나 공격이 바꾼 게임의 룰
카자흐스탄 석유 수출의 80%가 지나는 카스피해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 이 파이프라인은 카자흐 원유를 러시아 노보로시스크 항구까지 운송하는 생명선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 작전의 일환으로 이 항구를 반복 타격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타격은 지난해 11월 29일에 왔다. 폭발물을 실은 원격 조종 보트들이 노보로시스크 해상 터미널을 공격해 카자흐 석유 선적용 부유식 계류 시설을 파괴했다. 카자흐스탄 외교부는 즉시 "양자 관계를 해치는 공격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사과 대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공격을 카자흐스탄이 비난한 적 없다"며 맞받아쳤다.
12월에는 국영 석유회사 카즈무나이가스가 공격으로 인해 30만 톤의 석유를 대체 수출 경로로 우회시켜야 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에는 일부 유전이 처음으로 석유를 수출 대신 국내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미국이라는 새로운 파트너
지난해 10월 미국이 루코일에 제재를 가한 것도 카자흐스탄에는 변수다. 루코일이 지분을 보유한 카자흐스탄 내 유전들의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자흐스탄은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적극 나섰다. 11월에는 카자흐스탄 텅스텐 광산 개발을 위한 합작 협정을 체결했고,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를 "미국과의 협력 새 시대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카예프를 2026년 마이애미 G20 정상회의에 초청하고 평화위원회 참여를 제안했다. 1월 14일에는 전 주미 카자흐스탄 대사 예르잔 카지한을 대미 협상 대표로 임명하며 외교적 접촉을 강화했다.
균형외교의 새로운 국면
카자흐스탄의 움직임은 단순한 에너지 안보 차원을 넘어선다. 러시아와의 무역 관계를 완전히 끊을 가능성은 낮지만, 루코일 자산 매입 요청은 권력 균형의 변화를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미국 에너지 기업 셰브론과 엑손모빌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CPC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는 카자흐스탄 대형 유전들을 운영하고 있어 우크라이나 공격의 간접적 피해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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