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베팅했는데, 규칙이 바뀌었다
예측 시장 플랫폼 Kalshi가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사망 관련 베팅 정산을 둘러싼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예측 시장의 신뢰 위기와 제도적 허점을 짚는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그의 죽음에 돈을 건 사람들은 당연히 정산을 기다렸다. 그런데 Kalshi는 돈을 주지 않았다.
지난주 제기된 집단소송의 핵심은 단순하다. 하메네이가 언제 권좌에서 물러나거나 제거될지를 두고 베팅한 이용자들이 있었고, 그는 지난달 이란에 대한 공습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Kalshi는 '사망 예외 조항(death carveout)'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은 채 운영하다가,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에야 해당 조항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이를 사후 규칙 변경으로 보고 있다.
예측 시장의 신뢰는 규칙의 투명성에서 온다
예측 시장은 단순한 도박과 다르다고 주장해왔다. 집단지성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정보를 가격에 반영한다는 논리다. Kalshi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를 받는 합법적 플랫폼으로, 2024년 대선 결과 예측 등으로 급성장했다. 이용자 수도 빠르게 늘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예측 시장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베팅의 결과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정하는가. 하메네이의 '권좌 이탈' 조건에 사망이 포함되는지 아닌지는 계약서 작성 당시부터 명확했어야 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사망이 당연히 '권좌 이탈'에 해당한다고 봤을 것이다. Kalshi 입장에서는 법적 해석이 달랐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모호함의 비용을 이용자에게 전가한 것이 문제다.
플랫폼은 성장 중이지만, 신뢰는 다른 문제다
흥미롭게도 Kalshi는 같은 시기 다른 뉴스도 만들고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Kalshi는 여성 이용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지난 10개월 동안 여성 사용자 비율이 두 배로 늘었다. 예측 시장이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수치다.
성장 전략과 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 상황은 플랫폼 신뢰의 역설을 보여준다. 새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속도와, 기존 이용자의 신뢰를 잃는 속도가 경쟁하고 있다. 예측 시장에서 이탈한 이용자는 단순히 고객을 잃는 게 아니다. 그 플랫폼의 예측 정확도 자체가 떨어진다. 참여자가 많을수록 시장이 정교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 맥락: 예측 시장은 아직 먼 이야기일까
한국에서 Kalshi 같은 예측 시장은 아직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스포츠토토 외의 베팅 플랫폼은 대부분 불법 영역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주식 옵션, 가상자산 파생상품 등 유사한 구조의 금융상품을 둘러싼 분쟁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계약 당시 명시되지 않은 조건의 사후 적용'은 한국 금융 분쟁에서도 반복되는 패턴이다.
미국에서 예측 시장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과정, 그리고 이번 소송의 결과는 향후 한국에서 유사한 플랫폼이 도입될 때 참고할 선례가 될 수 있다. 규제 당국이 어떤 기준으로 '공정한 정산'을 판단하는지가 핵심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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