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법정에 섰다, 그런데 배심원이 문제다
일론 머스크 vs 샘 알트만의 OpenAI 소송이 배심원 선정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머스크는 쓰레기'라고 쓴 배심원 후보들이 속출하는 이 재판, 무엇을 말해주는가?
배심원 후보가 설문지에 이렇게 썼다. "일론 머스크는 탐욕스럽고, 인종차별적이며, 동성애혐오적인 쓰레기다." 또 다른 후보는 "세계 최고의 얼간이"라고 적었다. 이것은 소셜미디어 댓글이 아니다. 미국 연방법원의 공식 배심원 설문지에 적힌 문장들이다.
무슨 소송인가
2026년 4월 28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서 일론 머스크와 샘 알트만 간의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핵심 쟁점은 간단하다. 머스크는 자신이 OpenAI 공동 창업에 참여할 때 '비영리 AI 연구기관'이라는 약속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OpenAI는 지금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수백억 달러를 투자받고, 기업가치 1,570억 달러의 영리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머스크는 이것이 창업 당시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고 본다.
머스크는 2015년OpenAI 공동 창업에 참여했고, 초기 수년간 수억 달러를 기부했다. 그러다 2018년 이사회를 떠났다. 이후 그는 자신의 AI 회사 xAI를 설립했고, OpenAI와는 경쟁 관계가 됐다. 이 소송이 단순한 '약속 위반' 주장인지, 아니면 경쟁사를 흔들기 위한 전략적 법적 공세인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는 이유다.
배심원 선정이 왜 이렇게 어려운가
미국 민사소송에서 배심원은 판결을 내리는 핵심 주체다. 그런데 이번 재판의 배심원 선정은 첫날부터 난항이었다. 현장을 취재한 The Verge의 기자 엘리자베스 로파토에 따르면, 배심원 후보들의 설문지에는 머스크에 대한 노골적인 부정적 감정이 넘쳐났다. 한 유색인종 여성 후보는 "테슬라가 매우 싫고, 머스크의 발언과 행동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썼다.
이는 단순한 호불호 문제가 아니다. 배심원은 선입견 없이 증거만으로 판단해야 한다. 머스크에 대한 강한 부정적 감정을 가진 사람은 원칙적으로 배심원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는 머스크가 트위터(현 X)를 인수한 뒤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연방정부 효율화 기구 DOGE를 이끌며 공공서비스 축소를 주도한 이후 그에 대한 여론이 특히 악화된 도시다. '공정한 배심원'을 찾는 것 자체가 이 재판의 첫 번째 관문이 된 셈이다.
이 재판이 AI 산업 전체에 던지는 질문
표면적으로 이 소송은 두 억만장자의 개인적 갈등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AI 산업 전체가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한 구조적 질문이 있다.
OpenAI는 '인류를 위한 AI'라는 비영리 미션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뱅크 같은 대형 투자자들이 주주로 있고, 챗GPT는 유료 구독 서비스다. 이 변화는 불가피한 현실 적응이었을까, 아니면 창업 정신의 훼손이었을까.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든, 이 질문은 앤트로픽, 구글 딥마인드, 한국의 네이버 AI 연구소 같은 '공익 목적'을 표방하는 AI 조직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한국의 관점에서도 이 재판은 무관하지 않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AI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도 동시에 상업적 수익화를 추구하고 있다. '공익적 AI'와 '수익형 AI' 사이의 긴장은 실리콘밸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판결이 AI 기업의 지배구조와 투자 유치 방식에 새로운 법적 기준을 만들어낼 경우, 그 파장은 태평양을 건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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