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라피더스, 1조원 투자 유치 성공... 삼성·SK하이닉스에 던진 도전장
일본 국책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가 예상을 뛰어넘는 1.7조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한국 메모리 반도체 독주 체제에 균열을 예고하고 있다.
소니, 소프트뱅크, 도요타...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지갑을 열었다. 목표는 하나, 잃어버린 반도체 왕국의 부활이다.
일본의 국책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가 1조 7천억원 규모의 민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27일 발표했다. 당초 목표였던 1조원을 70% 웃도는 성과다. 이는 일본 정부가 지난해 투입한 3조 3천억원의 공적 자금에 더해, 민간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10년 만에 되찾는 반도체 자존심
라피더스의 목표는 명확하다. 2027년까지 세계 최첨단 2나노미터 반도체 양산 체제를 구축하는 것. 현재 이 기술을 보유한 곳은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뿐이다. 일본이 199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 50%를 장악했던 영광을 되찾으려는 야심찬 계획이다.
아츠요시 코이케 라피더스 CEO는 "이번 투자 유치로 양산 설비 구축에 필요한 자금의 80%를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기술적 난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2나노 공정은 원자 10개 수준의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현재 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전 세계에 2곳뿐이다.
한국 반도체 업계, 긴장의 끈 조인다
이번 라피더스의 성과는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독주해온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의 재진입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투자 기업 구성이다. 소니는 이미지 센서로, 소프트뱅크는 AI 반도체 수요로 라피더스와 직접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수직 통합 생태계 구축을 의미한다.
한국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반도체 굴기가 현실화되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한국의 반도체 수출 의존도는 20%를 넘나들고 있어, 경쟁 심화는 국가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술 격차, 과연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돈으로 기술 격차를 단숨에 메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TSMC는 30년, 삼성전자는 20년 이상 축적한 노하우가 있다. 라피더스는 이를 3년 만에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고객 확보라는 현실적 과제도 남아있다.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60%, 삼성전자는 17%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라피더스가 설령 기술적 완성도를 달성하더라도, 애플이나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검증되지 않은 신규 업체에 핵심 칩 생산을 맡길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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