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탄소섬유, 중국에 밀려 '고부가가치' 승부수
중국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늘리자 도레이 등 일본 탄소섬유 업체들이 항공우주·방산 등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 소재 업계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보잉의 핵심 공급업체 도레이가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섰다. 중국 업체들이 탄소섬유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자, 일본 탄소섬유 업계가 '고부가가치'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발 가격 공세의 충격파
탄소섬유는 철보다 10배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더 높은 '꿈의 소재'다. 스포츠용품부터 자동차, 항공기, 로켓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중국산 탄소섬유는 일본산 대비 30-40% 저렴하다. 품질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동차용 탄소섬유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지난 3년간 15%에서 35%로 급증했다.
도레이를 비롯한 일본 업체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만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항공우주·방산으로 '격'을 높인다
일본 탄소섬유 업계의 대응 전략은 명확하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을 피하고,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도레이는 항공우주와 방산 소재 분야에서의 입지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분야는 단순히 가격만으로 승부하는 영역이 아니다. 극한 환경에서의 내구성, 정밀한 품질 관리, 까다로운 인증 과정이 필요하다.
보잉, 에어버스 같은 항공기 제조업체들은 여전히 일본산 탄소섬유를 선호한다. 수십 년간 쌓인 신뢰와 검증된 품질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프리미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한국 소재 업계도 같은 고민
이런 상황은 한국 소재 업계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효성첨단소재는 국내 유일의 탄소섬유 생산업체로, 중국 업체들의 성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도 일본과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물량 공세에 맞서려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하지만, 자본력에서는 중국에 밀린다. 그렇다고 고부가가치 시장만 노리기엔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에서 일본에 한 수 아래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같은 대형 화학 업체들이 탄소섬유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다.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기술력 사이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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