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억원 베팅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이란 최고지도자 암살 예측 시장에서 벌어진 54억원 규모 분쟁이 예측 시장의 어두운 면을 드러냈다. 규칙 해석을 둘러싼 논란의 전말.
54억원이 하루아침에 증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암살 소식이 전해진 지난 토요일, 예측 시장 플랫폼 칼시(Kalshi)에서는 54억원 규모의 대규모 분쟁이 터졌다.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 자리에서 물러날 것인가"를 놓고 벌인 베팅에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었다.
문제의 발단은 간단했다. 하메네이 암살 확인 후 "예스" 계약을 산 트레이더들은 당연히 수익을 기대했다. 하지만 칼시는 시장을 일시 중단한 뒤, 암살 발생 직전 가격으로 정산했다. 이유는 "암살 관련 베팅은 법적으로 금지"라는 규칙 때문이었다.
규칙은 있었지만, 숨겨져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투명성이었다. 칼시는 "죽음 예외 조항"이 항상 규칙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공지는 이란 공격이 시작된 후에야 웹페이지에 추가됐다. 많은 트레이더들이 이를 보지 못한 채 베팅에 참여한 것이다.
"회사 전체 신뢰도를 완전히 망쳤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일부는 집단소송을 위협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신고를 접수했다는 트레이더들도 나타났다.
칼시 CEO 타렉 만수르는 일요일 긴 사과문을 통해 "사용자들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회사가 상당한 손실을 감수했다"며 약 29억원의 손실을 떠안았다고 밝혔다.
예측 시장의 딜레마: 돈 vs 윤리
이번 사건은 예측 시장이 직면한 근본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베팅 대상으로 만드는" 시장 효율성을, 다른 한편으로는 "죽음을 도박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윤리적 경계선을 지켜야 한다.
미국에서는 암살 관련 파생상품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지도자가 언제 물러날 것인가"라는 질문은 합법적 베팅 영역이다. 문제는 이 경계선이 실제 상황에서는 모호해진다는 점이다.
경쟁사 폴리마켓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작년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언제 정장을 입을 것인가"를 둘러싼 베팅 정산 방식으로 트레이더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규제의 칼날이 다가온다
타이밍이 최악이다. 예측 시장은 이미 강화된 규제 압력에 직면해 있다. 미국에서는 초당적으로 더 엄격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칼시만 해도 19건의 주정부 소송을 안고 있다.
이번 주에는 트럼프 전 비서실장 믹 멀베이니가 "도박은 투자가 아니다"라는 이름의 옹호 단체를 출범시키며 업계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그럼에도 예측 시장에 대한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칼시는 벌써 "하메네이의 후계자가 누가 될 것인가"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고, 수백만 달러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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