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째 이란은 버티고 있다
미국의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 7일째, 속전속결 예상은 빗나갔다. 이란이 버티는 이유와 장기전 가능성, 그리고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분석한다.
전쟁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특히 상대가 그 계획을 알고 있을 때는.
트럼프 행정부가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를 개시한 지 7일이 지났다. 워싱턴이 구상한 시나리오는 단순했다. 최근 베네수엘라 급습처럼 짧고 결정적인 타격으로 이란을 굴복시킨다는 것. 그러나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구상과 거리가 멀다.
분쟁의 강도, 지리적 확산, 인명 피해, 경제적 충격 — 어느 지표를 봐도 '제한적 무력 사용'이라는 초기 프레임은 무너지고 있다.
왜 이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가
미국이 이란을 베네수엘라와 같은 방정식으로 접근한 것이 첫 번째 오판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네수엘라 작전은 고립된 정권을 상대로 한 외과적 타격이었다. 반면 이란은 40년 넘게 대미 제재와 군사적 압박 속에서 비대칭 전력을 다듬어온 국가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정규전보다 비정규전에 최적화되어 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시리아·예멘의 친이란 민병대 네트워크는 단순한 대리 세력이 아니라, 이란이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한 전략적 종심(縱深)이다. 미국의 공습이 이란 본토를 타격할수록, 이 네트워크는 중동 전역에서 미국의 이익과 동맹국을 향해 반격할 수 있다.
지리적 확산이 이미 시작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이유다. '에픽 퓨리'는 이란 핵시설과 군사 인프라를 겨냥했지만, 전선은 이미 이라크와 시리아로 번지는 양상이다.
속전속결의 환상, 그리고 현실의 비용
전쟁의 경제적 비용은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작전 개시 이후 국제 유가는 가파른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길목이다. 이란이 해협 봉쇄나 기뢰 부설로 맞대응할 경우, 에너지 시장의 충격은 지금과는 차원이 달라진다.
한국에게 이 숫자는 추상적이지 않다.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100%에 가깝고, 중동산 원유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한국의 무역수지에는 연간 약 18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는 추산이 있다. 현대제철, LG화학, 한화솔루션 같은 에너지 집약 산업은 원가 압박에 직접 노출된다.
해운 리스크도 변수다. 중동발 화물 운임이 치솟으면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글로벌 공급망을 운용하는 기업들의 물류 비용도 연동된다. 2021~2022년 팬데믹 물류 대란의 기억이 아직 생생한 기업 CFO들에게, 이 전쟁은 또 다른 '공급망 스트레스 테스트'다.
누가 어떻게 보고 있는가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이번 작전은 '힘을 통한 평화' 독트린의 시험대다. 이란의 핵 개발을 되돌릴 수 없는 지점 이전에 차단하겠다는 논리는, 지지층에게는 강한 지도자의 결단으로 읽힌다. 작전이 장기화될수록 이 서사는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반면 이란 지도부는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이 전쟁을 활용할 수 있다. 외부의 적이 있을 때 권위주의 정권의 내부 균열은 봉합되는 경향이 있다. 경제난으로 누적된 이란 시민들의 불만이 반정부 에너지로 전환되기보다, 반미 민족주의로 흡수될 가능성이 생긴다.
중국과 러시아는 공개적 개입을 자제하면서도, 이 분쟁이 미국의 전략적 자원을 중동에 묶어두는 효과에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타이완 해협과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미국의 주의가 분산된다는 계산이다.
이스라엘은 가장 복잡한 위치에 있다. 이란의 핵 능력 약화를 원하지만, 전면전이 헤즈볼라의 전방위 로켓 공격을 촉발할 경우 치러야 할 대가도 안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유럽연합은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면서도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감안해 노골적 비판을 자제한다.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의 핵 억지를 원하지만, 중동 전역이 불안정해지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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