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사망, 중동 에너지 공급망 급랭
하메네이 사망으로 이란 권력 공백 발생,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 우려.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은?
90만 배럴, 하루아침에 사라진 원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44년간 이란을 철권통치한 그의 죽음은 단순한 정치적 공백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20%가 차단됐다.
하메네이는 1989년부터 37년간 이란의 절대권력자였다. 그의 사망과 함께 선포된 임시 지도부 평의회는 후계자 지명을 위한 시간을 벌고 있지만, 내부 권력투쟁이 격화될 조짐이다. 문제는 이 불확실성이 중동 전체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 세계 경제의 목줄
일본 해운업체가 호르무즈 해협 통행 중단을 발표한 것은 상징적이다. 이 좁은 해협을 통해 매일 2,100만 배럴의 원유가 이동한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도 이 길을 거친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이미 중동 발주 선박 건조 일정 재검토에 들어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면 신규 발주 자체가 얼어붙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1주일만 지속돼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이상 급등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한국 가계의 연간 에너지비 부담을 평균 80만원 늘리는 수준이다.
승자와 패자의 명암
하메네이 사망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국가들이다. 현대건설은 이란에서 진행 중인 15억 달러 규모 인프라 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였다고 밝혔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기회로 보고 있다. 이란의 권력 공백을 틈타 중동 내 영향력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도 이란 핵협상 재개 카드를 꺼내들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전략비축유 방출 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96일분에 불과한 국내 석유비축량으로는 장기 공급 차질에 대응하기 한계가 있다.
권력 승계,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
이란 내부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하메네이는 생전에 명확한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들은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강경파 성직자 이브라힘 라이시 등이다.
문제는 각 후보가 대표하는 정치 노선이 판이하다는 점이다. 모즈타바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개혁 성향을, 라이시는 보수 강경 노선을 대변한다. 어느 쪽이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이란의 대외정책이 180도 바뀔 수 있다.
이란 국민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수도 테헤란에서는 하메네이 사망을 애도하는 집회가 열리는 동시에, 일부 지역에서는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9,000만 명의 국민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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