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부활, 스마트폰에 지친 Z세대가 찾는 '단순함'
2022년 단종된 아이팟이 Z세대 사이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스마트폰 피로감과 의도적 디지털 디톡스가 만든 새로운 트렌드를 분석한다.
15만원짜리 중고 아이팟 클래식이 아마존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2022년 공식 단종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2025년 '아이팟'과 '아이팟 나노' 검색량이 급증했다. 중고 전자기기 판매업체 백마켓은 지난 2년간 아이팟 리퍼비시 제품 판매가 연평균 15.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놀라운 건 구매층의 대부분이 아이팟을 써본 적 없는 Z세대라는 점이다.
스마트폰에서 탈출하는 젊은 세대
"주말엔 일부러 구형 폰을 쓰고, 음악만 들으려고 아이팟을 샀어요."
영국의 콘텐츠 전략 스튜디오 Something Something의 CEO 리암 제임스 워드가 최근 자신의 구매 경험을 털어놓은 말이다. 그의 회사는 빌리 아일리시, 라우페이 등과 작업하며 최근 뮤직비디오에 아이팟과 유선 이어폰을 의도적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우리 고객층에게 이 미학이 깊이 와닿는다는 걸 알았거든요."
이는 단순한 레트로 열풍이 아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모든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음악이 더 값싸고 의미 없게 느껴지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바이닐 레코드 붐과 같은 맥락이다. 유니버설 뮤직 CEO 루시안 그레인지는 "판매되는 바이닐 레코드의 50% 이상이 포장지도 뜯지 않은 채 보관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나타나는 '의도적 단순함' 트렌드
국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감지된다. 20대 직장인 김모씨(27)는 "카카오톡 알림, 인스타그램 스토리, 유튜브 추천 영상... 하루 종일 핸드폰이 나를 조종하는 기분"이라며 "음악만 듣고 싶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제노 전략기획팀의 테레사 베르트랑드는 이를 "통제와 주도권의 문제"라고 분석한다. "아이팟은 사용자를 최적화하거나 추적하려 하지 않아요. 음악을 의도적인 행위로 되돌려놓죠."
특히 Z세대에게 아이팟은 향수가 아닌 '다른 기술과의 관계'를 의미한다. "아이팟은 당신을 섬기는 도구지, 당신을 형성하는 플랫폼이 아니에요." 베르트랑드의 설명이다.
테크 기업들이 놓친 것
미래학자 다니엘 버러스는 이 현상을 "예측 가능한 패턴"이라고 본다. "디지털 과부하가 생기면 사람들은 통제감을 주는 집중형 기술을 찾게 됩니다."
실제로 아이팟은 알림도, 무한 피드도, 진동으로 반응을 유도하는 햅틱도 없다. 그저 음악만 재생한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아마존에서 14-15만원이면 구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아이팟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 애플 엔지니어 토니 파델도 최근 "아이팟이 재등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어팟에 아이팟 기능을 넣는 더 스마트한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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