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법재판소, 미얀마의 '로힝야 제노사이드' 혐의 본안 심리 개시
국제사법재판소(ICJ)가 2017년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 소수민족 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본안 심리를 시작합니다. 사건의 배경, 법적 쟁점, 그리고 국제 정치에 미칠 파장을 분석합니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다음 달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 소수민족 집단학살(제노사이드) 혐의에 대한 본안 심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2019년 서아프리카 국가 감비아가 이슬람협력기구(OIC)의 지지를 받아 제소한 지 5년여 만에,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다루는 중대한 법적 절차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이번 소송은 2017년 8월 미얀마군이 자행한 잔혹한 '소탕 작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군부는 로힝야 무장단체의 공격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군인과 불교 민병대가 라카인주 마을을 불태우고 민간인을 사살했다. 이 과정에서 약 75만 명의 로힝야족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신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여전히 거대 난민촌에 머물고 있다. 이후 유엔 조사관들은 미얀마군의 작전에 '제노사이드 의도'가 있었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1948년 제노사이드 협약: 이 협약은 제노사이드를 '국민적, 인종적, 민족적 또는 종교적 집단을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파괴할 의도를 가지고 행해진 행위'로 정의한다. 미얀마와 감비아 모두 이 협약의 서명국이다.
ICJ는 성명을 통해 오랜 예비 심리 절차를 마치고 내년 1월 12일부터 29일까지 본안 심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감비아 측 변론은 1월 12일부터 15일까지, 미얀마 군사정권 대표단의 반론은 16일부터 20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재판부는 증인 심문을 위해 3일을 별도로 할당했으나, 이 절차는 언론과 대중에게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번 심리는 사건의 본안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양측이 요청한 증인과 전문가에 대한 심문을 포함할 것이다.
이 사건은 미얀마의 정치적 격변과 맞물려 복잡한 양상을 띠어왔다. 2019년 예비 심리 당시에는 아웅산 수치 당시 국가고문이 직접 법정에 출석해 "감비아가 라카인주 상황에 대해 불완전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사실을 제시했다"며 군부를 변호했다. 그러나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로 실각하고 수감된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축출된 민주진영 인사들이 구성한 국민통합정부(NUG)는 ICJ의 관할권을 인정하며 모든 예비적 반론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법정에서 미얀마를 대표하는 것은 쿠데타를 일으킨 군사정권 측 인사들이다.
이번 재판은 단순한 과거사 규명을 넘어, 국제법의 실효성을 시험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사건의 판결은 향후 다른 제노사이드 소송, 특히 202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제소한 사건 등에도 중요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국가의 주권과 국제사회의 인도적 개입이라는 오랜 긴장 관계 속에서 ICJ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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