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이 범죄가 되는 도시
홍콩 경찰이 수감 중인 미디어 재벌 지미 라이의 전기를 판매한 서점 주인과 직원 3명을 '선동적 출판물' 혐의로 체포했다. 책을 파는 행위가 범죄가 되는 홍콩의 현실을 짚는다.
책을 팔다가 수갑을 찼다.
2026년 3월 24일, 홍콩 경찰은 독립 서점 북펀치(Book Punch)의 주인 퐁얏밍(Pong Yat-ming)과 직원 3명을 체포했다. 혐의는 '선동적 출판물' 판매. 문제가 된 책은 수감 중인 미디어 재벌 지미 라이(Jimmy Lai)의 전기 《The Troublemaker》였다. 저자 마크 클리퍼드(Mark Clifford)는 라이의 전직 사업 파트너로,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 서점 문에는 짧은 안내문이 붙었다. "긴급 상황으로 하루 휴무합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지미 라이는 누구이고, 무슨 일이 있었나
지미 라이는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한 친민주 성향 신문 애플 데일리(Apple Daily)의 창업자다. 그는 지난 2월, 홍콩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가보안법 재판에서 외국 세력과의 결탁 및 선동 혐의로 2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애플 데일리는 2021년 이미 폐간됐다.
이번에 체포된 서점 주인 퐁얏밍은 이미 별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지난 1월, 서점에서 스페인어 수업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미등록 학교 운영' 혐의 3건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며 재판이 진행 중이다.
체포 다음 날인 25일, 홍콩의 또 다른 독립 서점 두 곳이 임시 휴업을 선언했다. 독립 서점들은 단순한 책 판매 공간이 아니다. 주류 서점에서 찾기 어려운 정치·사회 서적을 취급하며, 북토크와 워크숍을 열어 시민사회의 거점 역할을 해왔다. 홍콩의 주류 출판 유통망 상당 부분은 중국 국영 사이노 유나이티드 퍼블리싱(Sino United Publishing)이 장악하고 있다.
왜 지금, 이 체포가 의미하는 것
타이밍이 예사롭지 않다. 체포 하루 전인 3월 23일, 홍콩 정부는 베이징이 부과한 국가보안법의 시행 규칙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했다. 핵심 내용은 두 가지다. 첫째, 세관 직원이 '선동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는 물품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게 됐다. 둘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람은 경찰의 요구에 따라 휴대폰이나 컴퓨터 비밀번호를 제공해야 하며, 거부하면 구금과 벌금에 처해진다.
법 개정 다음 날 서점 주인이 체포된 것이다.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홍콩 국가보안법(아티클 23)에 따르면, 선동죄는 최대 7년 징역형에 처해지며, '외부 세력'과의 결탁이 인정되면 최대 10년까지 늘어난다. 베이징은 2020년 더 광범위한 국가보안법을 홍콩에 부과했고, 홍콩과 중국 당국은 2019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해왔다.
저자 마크 클리퍼드는 로이터에 이렇게 말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언론인으로서 활동하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 이유로 수감된 사람에 관한 책을 판매하는 행위가 선동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슬프고도 아이러니한 현실"이라고.
서점이 사라지면 무엇이 사라지나
독립 서점 헌터 북스토어(Hunter Bookstore)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정부가 '선동적' 출판물 목록을 공개적으로 업데이트해줄 것을 촉구했다. "무엇이 금지된 책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다.
홍콩섬 상완 지역의 독립 서점 마운트 제로(Mount Zero)는 2024년 폐업했다. 익명의 민원이 잇따르고 당국의 방문이 반복된 끝이었다. 북펀치도 지난해 인스타그램을 통해 익명 민원으로 여러 행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헌터 북스토어 역시 각종 정부 부처의 정기 점검과 세무 조사를 받아왔다고 했다.
이런 압박이 누적되면 서점들은 자체 검열을 시작한다. 어떤 책이 '선동적'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선택은 논란이 될 만한 책을 아예 들여놓지 않는 것이다. 법적 처벌 이전에, 불확실성 자체가 검열의 도구가 된다.
한국에서도 이 구도는 낯설지 않다. 1970~80년대 금서 목록이 존재했고, 서점 주인들이 특정 책의 판매를 자제했던 역사가 있다. 물론 지금의 홍콩 상황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무엇이 읽혀도 되는가'를 국가가 결정하는 구조가 어떤 사회를 만드는지는 역사가 이미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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