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아일랜드 공장 되사다 — CPU의 귀환
인텔이 아일랜드 팹34 지분 49%를 142억 달러에 재매입했다. 2024년 매각 후 불과 1년여 만의 반전. AI 시대 CPU 수요 급증이 배경이다. 삼성·SK하이닉스에 미치는 파장은?
1년 전 급전이 필요해 팔았던 공장을, 이번엔 30억 달러 더 얹어 되샀다.
인텔이 4월 2일, 아일랜드 팹34(Fab 34) 시설의 지분 49%를 142억 달러(약 20조 원)에 재매입한다고 발표했다. 2024년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에 112억 달러에 넘겼던 그 지분이다. 이 소식에 인텔 주가는 하루 만에 10% 급등했다.
왜 팔았고, 왜 다시 샀나
2024년의 인텔은 지금과 달랐다. 전 CEO 팻 겔싱어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에 1,000억 달러 투자를 선언했고, 애리조나에 대형 팹을 짓고 있었다. 공격적 확장의 대가로 현금이 말랐다. 아일랜드 공장 지분을 팔아 숨통을 트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겔싱어는 2024년 말 결국 물러났고, 새 경영진은 재무 기강을 다잡으며 전략을 재정비했다. 인텔 CFO 데이비드 진서는 이번 발표에서 "더 강해진 재무 상태와 개선된 재무 규율"을 재매입의 근거로 들었다. 한마디로, 팔 때는 팔아야 할 이유가 있었고 살 때는 살 수 있는 체력이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재무 건전성 회복만이 이유였다면, 굳이 30억 달러를 더 얹을 필요가 있었을까.
CPU의 조용한 귀환
진짜 이유는 수요 쪽에 있다. 인텔은 이번 재매입이 "AI 시대에서 CPU가 수행하는 점점 더 필수적인 역할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밝혔다.
AI 하면 GPU다. 엔비디아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도 GPU 덕분이다. 그런데 AI가 '에이전틱(agentic)' 단계로 진화하면서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여러 AI 에이전트가 동시에 작동하고, 방대한 데이터가 시스템 사이를 오가는 환경에서는 범용 연산 능력, 즉 CPU의 역할이 커진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최근 "CPU가 병목이 되고 있다"고 직접 언급했고, 시장조사기관 퓨처럼 그룹은 2028년까지 CPU 시장 성장률이 GPU를 앞지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아일랜드 팹34는 인텔의 인텔3·인텔4 공정을 담당한다. 애리조나의 최첨단 18A 공정보다 두 세대 앞선 기술이지만, 이 공정으로 만드는 PC·서버용 CPU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팔고 나서 보니, 이 공장이 더 필요해진 것이다.
삼성·SK하이닉스는 어떻게 읽어야 하나
인텔의 이번 행보는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시사점이 크다.
첫째, CPU 수요 회복은 서버 메모리 수요와 직결된다. CPU가 많이 팔릴수록 함께 탑재되는 D램 수요도 늘어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 메모리) 경쟁에 집중하는 사이, 일반 서버 D램 시장도 조용히 확대될 수 있다.
둘째, 인텔의 파운드리 전략과 한국 업계의 관계다. 인텔은 자사 칩을 직접 설계하고 제조하는 IDM(종합반도체기업) 모델을 유지하면서, 외부 고객 파운드리도 노리고 있다. 애리조나 18A 공정의 외부 고객 확보가 아직 미진한 상황에서,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정면으로 부딪힌다.
셋째, 공급망 리스크 분산 관점이다. 미국과 유럽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의 탈(脫)아시아 집중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인텔의 아일랜드 공장 강화는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서서히 재편될 수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
인텔의 주가 급등은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애리조나 18A 공정의 외부 고객은 아직 없다.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좁혔다고 하지만, 팹리스 기업들이 인텔 파운드리로 넘어오려면 수율·납기·가격 세 가지가 모두 증명돼야 한다. 이번 재매입이 '자신감의 표현'인지, '비싸게 산 도박'인지는 향후 2~3년이 판가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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