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플루언서에게 '올해의 인물상'을 준다고?
AI 인플루언서 시상식이 열린다. OpenArt와 Fanvue가 공동 주최하는 이 대회는 AI 창작 경제의 상업화를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한국 크리에이터 산업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팔로워 수십만 명을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있다. 브랜드 협찬을 받고, 팬들과 소통하며, 콘텐츠를 꾸준히 올린다. 단 한 가지만 다르다. 그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인대회에서 '올해의 인물'까지
생성AI 스튜디오 OpenArt와 AI 크리에이터 플랫폼 Fanvue가 손을 잡았다. AI 음성 기업 ElevenLabs의 후원까지 받아 이달 말 'AI 퍼스낼리티 오브 더 이어(AI Personality of the Year)' 시상식을 연다. 대회는 약 한 달간 진행된다.
주최 측이 내세운 명분은 'AI 인플루언서 뒤에 있는 창작자를 조명한다'는 것이다. AI 인플루언서의 성장하는 상업적·문화적 영향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겠다는 의도다. 상금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 대회 자체가 AI 인플루언서 산업이 '별난 실험'에서 '진지한 비즈니스'로 전환됐음을 알리는 신호로 읽고 있다.
흐름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AI 미인대회가 먼저 등장했고, AI 음악 경연이 뒤를 이었다. 이번 시상식은 그 논리적 다음 단계다. 대회가 있다는 건 시장이 있다는 뜻이고, 시장이 있다는 건 돈이 있다는 뜻이다.
'존재하지 않는 인플루언서'가 버는 돈
AI 인플루언서 산업의 규모는 이미 무시하기 어렵다. Fanvue 같은 플랫폼에서 AI 크리에이터들은 구독료와 유료 콘텐츠로 수익을 올린다. 브랜드 협찬도 받는다. 실제 인간 인플루언서와 구조적으로 동일한 수익 모델이다.
차이는 비용 구조다. AI 인플루언서는 잠을 자지 않는다. 스캔들을 일으키지 않는다. 몸값 협상을 하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리스크 없는 인플루언서'에 가깝다. 이 점이 마케터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실제 인간 크리에이터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자신들의 일자리가 잠식된다는 불안과, AI 툴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공존한다.
한국 크리에이터 시장은 어디쯤 있나
국내에서도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이미 낯선 개념이 아니다. 로지(Rozy)는 2021년 등장 이후 수십 개 브랜드와 협업했고, 래아(Reah Keem)는 음악 활동까지 펼쳤다. 하지만 이들은 3D 모델링 기반의 '버추얼 인플루언서'였다. 이번 흐름은 다르다. 생성AI로 누구나 인플루언서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생성AI 기반 크리에이터 도구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MCN 업계도 AI 크리에이터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이번 시상식이 글로벌 AI 인플루언서 산업의 '공식화'를 앞당긴다면, 국내 업계도 더 빠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불편한 질문들
하지만 이 산업이 성장할수록 답해야 할 질문도 쌓인다.
팬들은 자신이 소통하는 대상이 AI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알면서도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는 것과, 모르는 채로 연결되는 것은 윤리적으로 같은 선상에 있지 않다. Fanvue 같은 플랫폼은 'AI 크리에이터'임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모든 플랫폼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진 않는다.
또 하나. '창작자를 조명한다'는 주최 측의 명분은 타당하다. 하지만 시상식의 주인공은 결국 AI 퍼스낼리티다. 뒤에 있는 인간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이 구조가 크리에이터를 '인정'하는 건지, AI 캐릭터 뒤에 더 깊이 가리는 건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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