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메타·OpenAI가 손잡은 이유, 유럽 스타트업 키우기
경쟁사였던 빅테크들이 처음으로 손잡고 유럽 AI 스타트업 육성에 나섰다. 그들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
100만 달러. 파리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스테이션 F가 AI 스타트업들에게 제공하는 크레딧 규모다. 하지만 이 숫자보다 더 놀라운 건 따로 있다. 평소 서로를 견제하던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OpenAI, 앤트로픽, 미스트랄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이다.
왜 지금, 왜 유럽인가
1월 13일 시작된 'F/ai 액셀러레이터'는 3개월 과정을 연 2회 운영한다. 첫 기수에는 20개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빅테크들의 파운데이션 모델 위에 AI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기업들이다.
스테이션 F의 록산 바르자 디렉터는 "투자자들이 '유럽 기업들은 좋지만, 100만 달러 매출에 도달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느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럽은 AI 밸류체인의 모든 단계에서 미국과 중국에 뒤처져 있다.
하지만 빅테크들이 갑자기 자선사업에 나선 건 아니다. 이들에게 유럽은 미개척 시장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Y컴비네이터 같은 액셀러레이터가 에어비앤비, 스트라이프, 도어대시 같은 유니콘들을 배출했다. 흥미롭게도 OpenAI 역시 2015년 Y컴비네이터의 지원을 받아 시작됐다.
크레딧 뒤에 숨은 전략
참여 스타트업들은 직접적인 투자금 대신 100만 달러 상당의 크레딧을 받는다. AI 모델 사용료, 컴퓨팅 자원, 각종 서비스에 쓸 수 있는 일종의 '쿠폰'이다. 언뜻 보면 관대한 지원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치밀한 계산이 숨어있다.
벤처캐피털 라이드 벤처스의 마르타 비나이사 파트너는 "특정 모델 위에서 개발을 시작하면, 다른 모델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스템의 특성과 버릇에 맞춰 개발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더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회사 초기에 특정 모델을 선택할수록, 나중에 바꾸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비나이사는 덧붙였다. 즉, 이번 액셀러레이터는 유럽 스타트업들을 초기부터 자신들의 생태계에 묶어두려는 전략인 셈이다.
각기 다른 속셈들
빅테크들의 동상이몽은 명확하다. 구글은 제미나이 생태계 확산을, 메타는 라마 모델의 활용 사례 증가를, OpenAI는 GPT 기반 애플리케이션 확산을 노린다. 경쟁사들이지만 '유럽 시장 선점'이라는 공통 목표 앞에서는 협력을 선택했다.
유럽 정부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과 EU는 자국 AI 기업 지원에 수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구축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미국 빅테크들이 유럽 스타트업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한국 입장에서도 시사점이 크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카카오의 코지피티 등이 국내 개발자들을 자신들의 생태계로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의 공세는 거세다. 국내 스타트업들 역시 OpenAI나 구글의 API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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