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어부가 건져 올린 중국의 눈
인도네시아 어부가 롬복 해협 인근에서 중국제 수중 드론을 발견했다. 호주로 향하는 핵심 해상 통로에서 포착된 이 장치는 남중국해를 넘어 확장되는 중국의 수중 감시망을 보여준다.
인도네시아 어부 한 명이 평범한 월요일 조업을 나갔다가 그물에 걸린 낯선 물체를 발견했다. 어뢰처럼 생긴 그것은 물고기가 아니었다.
지난 4월 7일,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은 발리와 롬복 섬 사이 해역에서 중국제 수중 드론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발견 장소가 심상치 않다. 롬복 해협은 단순한 어장이 아니다. 잠수함이 수면에 부상하지 않고 작전 수심을 유지한 채 통과할 수 있는 세계 몇 안 되는 심해 항로 중 하나다. 미국과 호주가 예민하게 주시하는 이유다.
어뢰처럼 생긴 그것의 정체
발견된 장치는 '수중 글라이더(underwater glider)' 계열로 추정된다. 엔진 없이 부력 변화만으로 느리게 이동하며 해류, 수온, 염도, 수중 음향 데이터를 수집하는 장비다. 군사적으로는 잠수함 탐지 또는 회피 경로 파악에 활용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2016년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 무인 수중 탐사정을 나포한 전례가 있고, 비슷한 장치가 2019년 인도네시아 해역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이번 발견이 이전과 다른 점은 위치다. 롬복 해협은 남중국해가 아니다. 자바해를 지나 인도양으로 나가는 출구이자, 호주 북서부 해안으로 이어지는 전략 통로다. 미국 7함대와 호주 해군이 이 수역을 핵심 감시 구역으로 분류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현재 해당 장치를 수거해 분석 중이다. 공식 입장은 아직 없다.
왜 지금, 왜 여기인가
타이밍이 의미심장하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수중 드론 운용을 확대해왔다. 2023년 필리핀 해역, 2024년 말레이시아 배타적경제수역(EEZ) 인근에서도 유사한 장치가 포착됐다는 보고가 있다.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 큰 맥락이 있다. 미국, 호주, 영국의 AUKUS 협정 아래 호주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추진 중이다. 롬복 해협은 이 잠수함들이 태평양과 인도양을 오가는 핵심 통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이 해역의 수중 지형과 음향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려 한다면, 그 전략적 목적은 어렵지 않게 추론된다.
인도네시아 입장은 복잡하다. 세계 최대 군도 국가이자 비동맹 외교를 전통으로 삼아온 인도네시아는 미중 어느 편도 공개적으로 들기 어렵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취임 이후 국방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대중국 경제 의존도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에 강하게 항의하면 외교 마찰, 침묵하면 주권 포기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수면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
수중 드론 경쟁은 이미 조용한 군비 경쟁의 새 전선이 됐다. 위성이 지배하는 하늘, 사이버가 전장이 된 디지털 공간에 이어, 심해가 세 번째 보이지 않는 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탐지하기 어렵고, 격추해도 외교적 파장이 상대적으로 작으며, 수집한 데이터는 수십 년 뒤 잠수함 전술에 활용될 수 있다.
한국의 시각에서 이 사건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 해군의 주요 작전 구역인 동해와 제주 해협도 잠수함 통과에 적합한 수심을 가진다. 실제로 북한과 중국 잠수함의 한국 인근 해역 활동은 꾸준히 보고돼 왔다. 한국이 수중 무인 체계 탐지 능력에 투자하는 이유다.
국제법상 공해에서의 수중 드론 운용은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는다. 타국 EEZ 내에서의 군사 활동에 대해서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의 해석이 나라마다 다르다. 중국은 자국 EEZ에서 외국 군사 활동을 금지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타국 EEZ에서는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는 이중적 입장을 취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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