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중국과 맞서는 새로운 전략, CPTPP 가입이 답일까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인도가 CPTPP 가입을 검토 중이다. 아시아 경제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이 선택의 의미를 분석한다.
15%. 미국 없이도 세계 경제의 이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무역 블록이 있다. 바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다. 그리고 지금 인도가 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인도에게 지난 한 해는 외교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수십 년간 가까워져온 워싱턴과의 관계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로 흔들렸고,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이라는 기대는 무너졌다. 대신 인도는 1월유럽연합(EU)와 체결한 무역협정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는 인도의 선택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모든 협정의 어머니"라고 표현한 인도-EU 무역협정은 양측에 각각 300억 유로의 수출 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산된다. 이 협정은 방산 협력과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도 포함하고 있어, 인도의 지정학적 전략 변화를 상징한다.
하지만 인도가 직면한 도전은 이보다 훨씬 크다. 국내 시장은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세계적 수준의 제조업체들을 충분히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중국과 진정으로 경쟁하려면, 인도는 지역과 세계에서의 경제적 위치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 해답 중 하나가 바로 CPTPP 가입이다. 2018년 체결된 이 협정은 호주, 캐나다, 일본, 싱가포르, 영국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고품질 무역 블록이다. 단순한 관세 철폐를 넘어 노동권, 지적재산권, 투자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엄격한 공통 기준을 요구한다.
중국과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야 하는 인도
인도가 처한 상황은 지난 30년간 중국이 경험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 중국은 미국 패권 하의 초세계화 시대에 성장했다. 워싱턴은 중국의 세계경제 편입을 지원했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후원했으며, 중국 수출이 급증해도 시장을 열어뒀다. 중국이 미국 주도 국제질서의 일원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중국은 그런 기대를 완전히 저버렸다. 이제 워싱턴의 지원적 자세는 사라지고, 전략적 경쟁과 노골적인 경제 민족주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인도는 중국이 누렸던 우호적인 지정학적 환경을 기대할 수 없다.
더욱이 인도는 기후변화와 인공지능 같은 파괴적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히말라야 국경과 남아시아,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강력한 중국이라는 지정학적 도전도 여전하다. 이런 도전에 맞서려면 상당한 군사 투자와 현대화가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강력한 경제성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CPTPP 가입의 기회와 장벽
| 기회 | 장벽 |
|---|---|
| 지역 공급망 편입 가속화 | 농업 관세 철폐 정치적 부담 |
| 대규모 시장 접근권 확보 | 거의 완전한 시장 개방 요구 |
| 국내 개혁 추진 동력 확보 | 최대 10년 전환 기간 제한 |
| 글로벌 상거래 룰 메이킹 참여 | 기존 회원국들의 높은 기준 |
| 연간 560억 달러 GDP 증대 효과 | 인도 경제 구조 대폭 변화 필요 |
인도의 CPTPP 가입 장벽은 만만치 않다. 인도의 거대한 시장 규모가 협정 룰을 다시 쓸 수 있게 해주지는 않는다. 거의 완전한 시장 개방, 정치적으로 민감한 농업 관세 철폐, 최대 10년이라는 전환 기간 내 협정 기준 수용 등이 요구된다.
하지만 가입의 이점도 분명하다. CPTPP 회원국들은 인도의 잠재적으로 거대한 시장에 우선 접근할 수 있고, 미래의 글로벌 초강대국을 블록 안에 둘 수 있다. 인도로서는 지역 공급망 편입이 가속화되고 경제 개혁의 촉매를 얻을 수 있다.
베트남의 사례가 참고가 된다. CPTPP 가입 후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협정 준수 기지를 찾아 베트남에 대규모 외국인 직접투자가 몰렸고, 수출이 급증했다. 일본 학자 가와사키 겐이치는 CPTPP 가입이 인도 GDP 4조 5천억 달러에 연간 560억 달러의 부양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산했다.
아시아 경제 판도를 바꿀 선택
인도의 CPTPP 가입은 단순한 무역협정 참여를 넘어선다. 이는 EU가 "브뤼셀 효과"를 통해 글로벌 기준을 만들어가듯, 인도가 세계 상거래 룰 메이킹의 중심에 서는 기회다. 특히 전자제품, 자동차, 정밀제조업 등 현재 중국이 지배하는 분야에서 인도가 대안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중국과 대만 모두 2021년 CPTPP 가입을 신청했지만, 기존 서방 회원국들의 반대로 가입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의 가입은 중국 견제라는 지정학적 의미도 갖는다.
하지만 인도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 노출되어 생산성을 높이고, 국내 개혁을 통해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트럼프 시대에 미국의 투자와 기술 이전, 시장 접근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인도는 다른 파트너들과의 관계 강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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