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란 전쟁, 의회가 제동 걸었지만
미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 중단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헌법상 전쟁 선포권을 둘러싼 행정부와 의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토요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기습 공격을 감행한 지 나흘 만에, 미국 의회는 대통령의 전쟁 수행 권한을 둘러싼 헌법적 갈등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미 하원은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을 중단하고 추가 공격에 대해서는 의회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전쟁권한 결의안을 219대 212로 부결시켰다. 공화당이 근소한 다수를 차지한 하원에서 당파적 투표가 그대로 드러난 결과다. 하루 전 상원도 같은 결의안을 당파 투표로 부결시킨 바 있다.
헌법 vs 현실정치, 오래된 딜레마
미국 헌법은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전쟁 선포권은 의회에 있다고. 하지만 대통령은 국가의 즉각적인 자위를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군사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 오랜 해석이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왕이 아니다. 이란과의 전쟁이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다면, 의회에 와서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그레고리 미크스 의원이 말했다.
반면 하원 외교위원장인 공화당 브라이언 마스트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임박한 위협"에 맞서 헌법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폭발물 처리 전문가로 복무한 육군 출신인 그는 전쟁권한 결의안이 사실상 "대통령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장의 긴박함, 정치의 계산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주 내내 의회 지도부를 상대로 비공개 브리핑을 진행하며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안심시키려 애썼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주말 쿠웨이트에서 발생한 드론 공격으로 6명의 미군이 사망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더 많은 미국인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 지역의 수천 명 미국인들이 본국행 항공편을 찾아 헤매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탈출을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작 미국인들은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이란과의 전쟁 개입에 회의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습 공격 이후 전쟁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유다.
권력의 균형, 흔들리는 토대
이번 사태는 단순한 당파적 대립을 넘어선다. 미국 건국 이래 지속돼온 행정부와 의회 간 권력 균형의 문제다. 특히 9·11 이후 대통령의 전쟁 수행 권한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의회가 이를 견제할 실질적 수단이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하원은 별도로 이란이 최대 테러 지원국이라는 내용의 결의안은 통과시켰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의회의 역할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미묘한 신호로 읽힌다.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중동 정세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고, 미국의 대응도 그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의회의 견제와 대통령의 신속한 대응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인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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