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중동 베팅, 이란 전쟁이 흔든다
홍콩이 서방 대안으로 공들여온 중동 금융 허브 전략이 이란 전쟁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한국 기업과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짚는다.
두바이의 팜 아일랜드 호텔방에서 폭발음을 들으며 밤을 보낸 홍콩 기업인 — 이것이 지금 홍콩의 중동 전략이 처한 현실이다.
아니나 호는 아부다비 박물관을 향하던 길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을 들었다. 이란의 보복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쏟아지자, 그는 서둘러 두바이 팜 아일랜드 호텔로 돌아왔다. 창밖으로 들려오는 폭발음 속에서, 홍콩이 지난 몇 년간 공들여온 '중동 피벗' 전략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홍콩은 왜 중동에 공을 들였나
홍콩은 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서방 금융 자본이 이탈하자, 두바이·리야드 등 중동 금융 허브와의 연결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았다. 논리는 명확했다. 중동은 서방도 아니고 중국도 아닌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자본의 집결지로 부상하고 있었고, 홍콩은 그 자본을 중국 본토로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자처했다.
실제로 홍콩 당국은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 사우디 거래소(Tadawul)와 협력 채널을 넓혔고, 중동 국부펀드의 홍콩 상장 유치에도 적극 나섰다.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단순 무역을 넘어 금융 채널을 통한 관계 심화를 추진해왔으며, 홍콩은 이 연결의 핵심 고리를 자처했다.
전쟁이 바꾸는 계산식
그런데 이란 전쟁이 이 구도를 흔들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걸프만을 통해 이동하던 비료 100만 톤이 해협에 묶였다. 알루미늄 가격 급등으로 스와이어 같은 홍콩 기업은 코카콜라 캔 원가 상승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중동 자본 자체가 불안해졌다는 점이다. 걸프 지역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한 아시아 투자자들은 자산 가치 하락을 우려하고 있으며,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오가던 비즈니스 왕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홍콩 입장에서 더 복잡한 것은 중국의 셈법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란과의 오랜 유대(하메네이 가문과의 관계)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사이에서 딜레마에 처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이란 편을 들기도, 미국 편을 들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홍콩의 '중립 허브' 포지셔닝도 흔들릴 수 있다.
한국 기업과 투자자에게 의미하는 것
한국 역시 이 지형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동은 한국 건설·에너지 기업의 핵심 시장이자,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의 대체투자 목적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 에너지 수입 비용 상승은 곧 국내 물가 압력으로 이어진다.
홍콩을 통해 중동 자본을 유치하거나, 홍콩 금융 채널을 활용해 중동 시장에 진출하려던 한국 금융사들도 전략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홍콩이 '안전한 자본의 피난처'라는 메시지를 유지하려면, 지금 이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가 결정적이다.
기자
관련 기사
트럼프 방중 직후 시진핑과 푸틴이 에너지·기술 협력을 공개 선언했다. 미국의 대중 압박이 오히려 중러 밀착을 가속하는 역설, 그 의미를 짚는다.
이란 경제부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비트코인으로 통행료를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재 우회와 암호화폐가 만나는 지점, 그 파장을 짚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은 화려한 연출과 훈훈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대만, 이란, 희토류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한국 수출 기업에게 이 회담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시진핑이 '이정표적'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양자관계를 선언했다. 이 선언이 글로벌 공급망과 한국 수출 기업에 미치는 실질적 의미를 분석한다.
의견
이 기사에 대한 생각을 나눠주세요
로그인하고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