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 진짜 우정일까?
중러 '무제한 동반자' 선언 이면에 숨겨진 역사적 불신. 19세기부터 이어진 복잡한 관계가 현재 지정학에 주는 시사점을 분석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무제한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을 때, 많은 서구 언론은 이를 서방에 대항하는 철벽 동맹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거시역사관’(大历史观)에서 보면, 중러관계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특히 중국에게 러시아는 단순한 동맹국이 아니라, 150년간 지켜봐야 할 상대다.
불평등한 시작: 아편전쟁의 그림자
1856년 제2차 아편전쟁 당시, 러시아는 중국에게 구원자처럼 다가왔다. 영국과 프랑스의 공격을 받던 청나라에 외교적 중재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러시아는 뒤에서 영국·프랑스를 지원하며 중국으로부터 거대한 만주 땅덩어리를 뜯어냈다. 아이훈 조약(1858)과 베이징 조약(1860)을 통해서였다.
가장 상징적인 것은 1860년 러시아가 새로 얻은 땅에 세운 군사기지의 이름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Владивосток)’ - 문자 그대로 ‘동방의 지배자’라는 뜻이다. 중국이 내부 분열과 외침으로 약해진 틈을 타 동아시아 패권을 선언한 셈이다.
이 경험은 중국 정치담론에서 핵심 교훈이 됐다. ‘내 적의 적이 반드시 내 친구는 아니다’는 것이다.
혁명의 약속과 현실의 배신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은 새로운 희망을 줬다. 소비에트 러시아 외무차관 레프 카라한이 발표한 첫 번째 카라한 선언문(1919년)은 제정러시아가 중국에서 빼앗은 모든 불평등 조약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내전에서 승리가 확실해지자 태도가 바뀌었다. 1920년 두 번째 카라한 선언문에서는 동청철도 반환 약속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혁명 수사와 지정학적 이익 사이에서 후자를 택한 것이다.
결국 볼셰비키가 약속한 양보들은 20세기 중반까지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었다. 서구 열강들이 중국에서 철수하기 시작한 뒤에도 말이다.
형제애의 종말: 중소분열
1953년스탈린 사후, 공산주의 이념으로 묶인 ‘형제애’마저 무너졌다. 마오쩌둥은 모스크바가 진정으로 강하고 독립적인 중국을 원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사회주의 진영 내에서도 소련의 주도권에 도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69년 우수리강 무력충돌은 상징적이었다. 핵무기를 보유한 두 사회주의 국가가 국경에서 총을 겨눈 것이다. 이념적 동지애가 얼마나 쉽게 대립으로 바뀔 수 있는지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 경험은 중국 외교정책의 DNA가 됐다. 자주성과 유연성을 최우선시하고, 구속력 있는 동맹을 피하는 ‘주권 민족주의’ 노선의 출발점이었다.
오늘날의 함의: 계산된 협력
현재 중러 관계를 이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어떨까? 양국의 협력은 분명 강화되고 있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여전히 계산된 협력에 가깝다.
시진핑과 푸틴의 개인적 친분, 서방에 대한 공통된 견제 필요성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의 전략적 사고에는 150년간 축적된 경계심이 깔려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은 지지와 거리두기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는 않지만, 군사적 지원도 공개적으로는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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