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이제 '관리'가 답일까?
스위스 다보스에서 목격한 미중 갈등의 새로운 양상. 대립에서 관리로 전환되는 글로벌 패러다임과 한국의 선택지를 분석한다.
지난달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아시아 리더스 시리즈에서 흥미로운 변화를 목격했다. 수년간 ‘신냉전’으로 불리던 미중 갈등이 이제 ‘관리 가능한 경쟁’으로 프레임이 바뀌고 있었다.
다보스에서 느낀 분위기 변화
세계경제포럼을 앞두고 열린 이 포럼에서 미중 갈등 세션을 진행하면서 놀란 점이 있었다. 과거처럼 “누가 이길 것인가”를 묻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대신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은 특히 현실적이었다. 한 독일 관료는 "우리는 중국과 미국 모두와 거래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의 대중국 무역액은 2,500억 달러에 달하고, 동시에 미국과의 안보 협력도 필수적이다.
아시아 참석자들의 반응은 더욱 흥미로웠다. 싱가포르의 한 전직 외교관은 "아세안 국가들은 이미 10년 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법을 배웠다“며 ”이제 전 세계가 우리 방식을 따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딜레마: 선택 vs 균형
한국은 이런 변화 속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지만, 동시에 미국의 반도체 제재 정책을 따라야 한다. 2023년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1,240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했다.
문제는 미국이 한국에게 ‘선택’을 요구하는 반면, 현실은 ‘균형’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 정부가 참여한 칩4 동맹이나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는 모두 중국을 배제한 구조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없이는 글로벌 공급망을 유지하기 어렵다.
취리히에서 만난 한 한국 기업 임원은 “매일 아침 일어나서 오늘은 어느 나라 편에 서야 하나 고민한다”며 웃었지만, 그 웃음 뒤에는 진짜 고민이 숨어있었다.
새로운 게임의 룰
흥미로운 점은 미중 양국도 전면적 대립보다는 ‘관리된 경쟁’을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23년 11월시진핑 주석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회담 이후, 양국은 최소한의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탈동조화(decoupling)‘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으로 서구의 접근법이 바뀐 것을 환영하고 있다. 완전한 단절보다는 위험 요소만 줄이자는 것이니까. 미국도 중국과의 무역량이 7,000억 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완전한 분리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중간국가들의 새로운 기회
이런 변화는 한국 같은 중간 규모 국가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과거처럼 양자택일을 강요받기보다는, 각 이슈별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안보 분야에서는 미국과 협력하되, 기후변화나 팬데믹 대응에서는 중국과도 협력할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한중일 정상회의가 4년 만에 재개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선택적 협력’이 쉽지만은 않다.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여전히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사고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도 핵심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는 타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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