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호스로 시작해 AI 데이터 제국을 꿈꾸는 스타트업
HEN Technologies가 소방 장비로 수집한 실제 물리 데이터가 AI 기업들에게 왜 금맥이 될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매출 26배 성장의 비밀과 데이터 수익화 전략을 분석합니다.
2억원에서 52억원까지. HEN Technologies의 매출이 2년 만에 보여준 성장률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정말 노리는 것은 소방 호스가 아니라, 그 호스가 뿜어내는 물방울 하나하나에서 나오는 데이터일지도 모른다.
아내의 한 마디가 바꾼 인생
Sunny Sethi가 소방 장비 사업에 뛰어든 건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였다. 나노기술 박사 출신으로 SunPower에서 태양광 모듈을 개발하고, TE Connectivity에서 자동차용 접착제를 연구하던 그에게 전환점이 온 것은 2019년 캘리포니아 산불 시즌이었다.
출장 중이던 그가 집에 혼자 남은 아내는 세 살 딸과 함께 대피 경보를 받아야 했다. "당신이 진짜 과학자라면 이 문제를 해결해봐"라는 아내의 한 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나노기술부터 반도체까지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그는 "편견 없고 유연한" 사고로 소방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그가 개발한 소방 호스 노즐은 기존 대비 300% 높은 진압률을 보이면서도 물 사용량을 67% 절약했다. 1960년대부터 거의 변하지 않았던 소방 장비 시장에서 혁신을 이뤄낸 것이다.
호스 너머 보이는 더 큰 그림
하지만 Sethi의 진짜 비전은 호스 노즐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가 구축한 시스템은 펌프의 센서가 노즐의 가상 센서 역할을 하며, 언제 켜지는지, 얼마나 많은 물이 흐르는지, 어떤 압력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추적한다. 날씨 데이터와 GPS까지 결합해 "바람이 바뀌려 하니 소방차를 옮기라"거나 "이 소방차의 물이 떨어져간다"는 경고까지 보낸다.
이는 단순한 장비 개선이 아니다. 미국 국토안보부가 NERIS 프로그램을 통해 요구해온 바로 그 예측 분석 시스템이다. "예측 분석을 하려면 양질의 데이터가 있어야 하고, 양질의 데이터를 얻으려면 올바른 하드웨어가 있어야 한다"는 Sethi의 말이 핵심을 찌른다.
현재 1,500개 소방서가 HEN의 고객이며, 22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미 해병대, 육군 기지, NASA까지 고객 명단에 올라 있다. 미국에서만 매년 2만대의 새 소방차가 노후 장비를 교체하는 시장에서, 한 번 도입되면 지속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데이터라는 숨겨진 보물
하지만 진짜 흥미로운 부분은 소프트웨어 쪽이다. HEN이 호스를 팔면서 실제로는 훨씬 가치 있는 것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압력 하에서 물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유량이 재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화재가 진압 기술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극도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데이터다.
이는 소위 '월드 모델'을 구축하는 AI 기업들이 목말라하는 바로 그 데이터다. 물리적 환경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 상태를 예측하는 AI 시스템들은 극한 조건에서의 실제 물리 시스템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시뮬레이션만으로는 AI에게 물리학을 가르칠 수 없다. HEN이 매번 배치할 때마다 수집하는 바로 그런 데이터가 필요하다.
로봇공학과 예측 물리 엔진을 훈련시키는 기업들이라면 이런 실제 물리 데이터에 큰 돈을 지불할 것이다. Sethi는 자세히 말하지 않지만, 자신이 무엇 위에 앉아 있는지 알고 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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