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 전쟁이 흔드는 Fed의 금리 셈법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3.5~3.75%로 동결했다. 중동 전쟁發 유가 충격과 고용 악화가 겹치며 Fed는 올해 단 한 차례 인하 전망을 유지했다. 한미 금리 차는 최대 1.25%p로 벌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장에서 단 세 글자로 상황을 정리했다. "Nobody knows." 중동 전쟁이 미국 경제에 어떤 충격을 줄지 묻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었다. 세계 최강의 중앙은행 수장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답변이기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3월 18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3.5~3.75% 수준에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두 차례 연속 동결이다. 동시에 올해 말 금리 전망치를 3.4%로 유지하며, 연내 0.25%p 인하가 한 차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두 개의 불, 하나의 딜레마
Fed가 이번 결정에서 직면한 딜레마는 선명하다. 한쪽에는 불붙은 유가가, 다른 쪽에는 식어가는 고용이 있다.
미국·이스라엘 연합군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장기화되면서 국제 유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곧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Fed는 이번 경제 전망에서 올해 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을 2.7%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12월 전망치 2.4%에서 눈에 띄게 높아진 수치다.
반면 고용 시장은 삐걱거린다. 지난달 미국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는 9만 2,000명 감소했다. 경기 둔화의 신호다. 고용이 흔들리면 Fed는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하지만 금리를 내리면 이미 오르고 있는 물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다.
파월 의장은 이 줄타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단기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것"이라면서도, 그 영향의 "범위와 지속 기간을 알기엔 너무 이르다"고 했다. 오일쇼크가 일시적일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경제적 영향이 더 클 수도, 훨씬 작을 수도 있다. 그냥 모른다"고 직접적으로 답했다.
Fed의 공식 성명도 이 불확실성을 그대로 반영했다. "중동 정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불확실하다. 위원회는 이중 책무 양쪽에 대한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다." Fed의 이중 책무란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다. 지금은 두 목표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
이번 동결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1.25%p로 유지된다. 한국은행의 현 기준금리는 2.5%다. 금리 차가 벌어진 상태가 지속되면 외국인 자본이 더 높은 수익을 좇아 한국 시장을 이탈할 유인이 생긴다. 원화 약세 압력도 커진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뛰고, 이는 국내 소비자 물가를 자극한다.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측면이 있지만, 중동발 공급망 교란이 겹치면 원자재 조달 비용 상승이라는 역풍을 맞는다.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연결된 기업들은 이 이중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부동산·주식 시장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라면 이 구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Fed가 연내 한 차례 인하를 시사했지만, 중동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유가가 더 오른다면 그 인하마저 뒤로 밀릴 수 있다.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여지도 그만큼 좁아진다.
의장 교체라는 또 다른 변수
이번 FOMC에서 시장이 주목한 또 하나의 이슈는 파월 의장 본인의 거취였다. 그의 의장 임기는 오는 5월 15일 만료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말 전 Fed 이사 케빈 워시를 후임으로 지명했지만 상원 인준 절차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파월은 인준이 늦어질 경우 "법이 정한 대로 임시 의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Fed 이사 임기(2028년 1월까지)와 관련해서는 건물 리모델링 비리 관련 내부 조사가 "투명하고 완전하게 마무리될 때까지" 이사직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중앙은행 수장의 공백이나 교체는 그 자체로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한다. 워시가 의장에 오를 경우 통화정책 기조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해왔다는 점에서, 새 의장 체제에서의 Fed 독립성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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