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금융 따돌림' 막는다, 연준의 파격 제안
미 연준이 은행의 암호화폐 업체 계좌 폐쇄를 막는 새 규칙을 제안했다. 'JP모건 트럼프 계좌 폐쇄' 논란 후 나온 조치의 의미는?
지난달 잭 말러스 스트라이크 CEO는 소셜미디어에 한 줄을 올렸다. "JP모건이 아무 이유 없이 내 모든 계좌를 폐쇄했다." 이 글은 순식간에 바이럴이 됐다. 암호화폐 업계가 겪고 있는 '디뱅킹(debanking)' 현실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언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월 23일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은행 감독 과정에서 '평판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하고, 감독당국이 은행에 특정 고객과의 거래 중단을 압박하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50개가 넘는 트럼프 계좌도 폐쇄
연준의 이번 제안은 공교롭게도 JP모건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계좌 50여 개를 폐쇄했다고 인정한 직후에 나왔다. JP모건은 지난달 트럼프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답변서에서 2021년 2월 트럼프 관련 계좌들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1월 6일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 한 달 후였다.
미셸 보우먼 연준 감독담당 부의장은 "정치적 견해, 종교적 신념, 또는 암호화폐를 포함한 합법적이지만 선호되지 않는 사업 활동을 이유로 감독당국이 금융기관에 고객 계좌 폐쇄를 압박하는 문제적 사례들을 들어왔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업계의 오랜 숙원
사실 암호화폐 디뱅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인베이스, 크라켄 같은 주요 거래소부터 개인 투자자까지, 많은 이들이 "암호화폐 관련 활동"이라는 이유만으로 은행 서비스를 거부당해왔다.
연준의 제안서에 따르면, 앞으로는 "정치적으로 선호되지 않지만 합법적인 사업 활동"에 관여한 고객에 대해 서비스를 거부하거나 조건을 부과하도록 은행을 "독려하거나 강요"할 수 없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향후 "허가된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도 보호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명시한 점이다.
규제 당국의 속내
하지만 이 제안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복잡한 배경이 있다. 사실 연준은 이미 작년 7월 평판 리스크를 은행 검사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제안은 그 결정을 '법적으로 못 박는' 성격이 강하다.
화폐감독청(OCC)도 이미 작년에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암호화폐 친화적 분위기 속에서 기존 방침을 공식화하는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은행들의 실제 행동은 바뀔까? 여전히 의문이다. 규제 당국의 '압박'이 사라진다고 해서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암호화폐 업체들을 반길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자금세탁방지법(AML)이나 고객확인의무(KYC) 같은 복잡한 규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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