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여성 기자들이 보여준 저널리즘의 미래
전쟁과 파시즘의 시대, 배제당한 여성 기자들이 어떻게 새로운 저널리즘을 만들어냈는지 살펴본다. 그들의 방식이 오늘날 언론에 던지는 메시지는?
1922년, 자넷 플래너는 남편을 떠나 연인과 함께 파리로 향했다. 호텔 보나파르트의 작은 방에서 화장실을 다른 투숙객들과 공유하며, 그녀는 미국 친구에게 파리의 일상을 담은 편지를 썼다. 그 친구는 우연히 새로운 잡지를 창간하고 있었다. 바로 뉴요커였다.
이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사를 넘어선다. 193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남성 중심의 언론계에서 배제당한 여성 기자들이 어떻게 저널리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배제가 만든 혁신
여성들에게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다. 전쟁을 취재하고 싶어도 "우연히 그곳에 갈 일이 있으니 기사를 보내도 될까요?"라고 물어야 했다. 전장에서는 아예 출입이 금지됐다.
하지만 이런 제약이 오히려 창의성을 낳았다. 전선에 갈 수 없다면 야전병원을, 정치인을 만날 수 없다면 카페 웨이터를 취재했다. 리베카 웨스트, 마사 겔혼, 에밀리 한 같은 기자들은 개인적 목소리와 역사적 사실을 결합한 새로운 글쓰기를 개척했다.
이들의 방식은 1960-70년대톰 울프 등이 창시했다고 여겨지는 '뉴 저널리즘'을 30년 앞서 실험한 것이었다. 남성 기자들이 브리핑룸과 술자리에서 "다른 남성들의 말"만 믿고 있을 때, 여성들은 현장의 진짜 목소리를 찾아다녔다.
히틀러를 '인간'으로 그린 용기와 한계
자넷 플래너의 가장 논란적인 작품은 1935년 히틀러 프로필이었다. 당시 뉴요커는 정치적 이슈를 다루지 않던 잡지였다. E.B. 화이트는 농담으로 "1930년대 중반까지 우리 잡지의 유일한 정치적 입장은 펜실베이니아 역 안내소 이전 반대였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유럽에 파시즘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플래너는 히틀러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접근법은 독특했다. 히틀러도 한 인간으로서 관찰하겠다는 것이었다. "술도 담배도 고기도 하지 않고, 여자와도 잠자리를 하지 않는 남자가 소시지와 시가, 맥주와 아기를 사랑하는 민족의 독재자라니 이상하다"는 가벼운 톤으로 시작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히틀러는 이 기사를 마음에 들어했지만, 미국 독자들은 격분했다. 유대인의 고통을 축소했다며 플래너를 "파시스트"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할리우드의 유대인 영화인들은 "히틀러에게 충분히 적대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쟁이 만든 진짜 기자들
1930년부터 1960년까지 저널리즘에 종사하는 미국 여성의 수는 4배 가까이 늘었다. 2차 대전 중에는 180명의 여성이 해외 특파원으로 활동했는데, 이는 전체 미국 해외 특파원의 11%에 해당했다.
마사 겔혼은 스페인 내전을 취재하며 "일상과 전쟁, 사교와 전쟁, 안전과 전쟁의 대비"를 글로 담아내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결혼 후 쿠바에서 안주하던 그녀는 다시 유럽 전선으로 향했다. 남편이 콜리어스 매거진의 유일한 종군기자 자격을 가로채려 했지만, 그녀는 노르웨이 화물선을 타고 몰래 유럽으로 갔다.
에밀리 한은 1935년 충동적으로 상하이에 도착해 6년간 머물며 뉴요커에 중국 기사를 보냈다. 중국인 남성과 일시적으로 결혼하며 아편까지 경험한 그녀는 다른 미국 기자들의 피상적인 중국 보도에 맞서 깊이 있는 이해를 전하려 했다.
뉘른베르크에서 만난 두 여성
1945년, 파괴된 뉘른베르크에서 자넷 플래너와 리베카 웨스트는 역사적인 전범 재판을 취재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반인도적 범죄'로 기소된 22명의 나치 고위 간부들 앞에서, 두 여성은 각자의 방식으로 증언했다.
플래너는 "참수당한 아이와 몸통 없는 성인들의 머리"에 대한 증거를 담담히 기록했다. 리츠 호텔의 칵테일 메뉴를 다루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들이 그 폐허가 된 도시로 향한 이유는 명확했다. 증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실을 전해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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