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가 미국 로비스트에 쏟아붓는 수십억원의 진짜 이유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이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겨냥해 고가의 미국 로비스트를 대거 고용하고 있다. '평화위원회' 참여국들의 전략적 계산은?
카자흐스탄이 44억원을 들여 미국 로비스트를 고용했다. 우즈베키스탄과 아제르바이잔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워싱턴에 전례 없는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갑자기 뜨거워진 중앙아시아
지난 1월 22일 다보스에서 열린 트럼프의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발표식에는 예상 밖의 인물들이 등장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비롯해 중앙아시아 지역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한 것이다.
이는 우연이 아니었다. 카자흐스탄은 이미 330만 달러(약 44억원) 규모의 로비 계약을 체결했고, 우즈베키스탄과 아제르바이잔도 유사한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들 국가가 미국 로비스트에 지불하는 비용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는 이미 중앙아시아 지역 지도자들을 마이애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 초청하겠다고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권에 있던 이 지역이 갑자기 미국 외교 무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정학적 체스판의 새로운 말들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이런 움직임은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가 아니다. 이들은 전략적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모스크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싶어하는 한편,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만 의존하는 것도 부담스러워한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국이면서 풍부한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금과 천연가스, 아제르바이잔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주력이다. 이들 자원이 미국의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다각화 전략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명백하다.
특히 반도체 원료인 희토류와 관련 광물들이 이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팩스 실리카(Pax Silica)' 반도체 연합에 이들 국가를 끌어들이려는 시도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이런 변화는 한국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의미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중앙아시아 지역과의 경제 협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하지만 이 지역이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서방 기업들에게 더 개방적인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원료 공급선 다각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현대건설이나 대우건설 같은 건설사들도 이 지역의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여지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이 추진하는 'K-실크로드' 이니셔티브가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중앙아시아가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제3의 파트너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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